'최장수' 타이틀 앞둔 정승 식약처장, 향후 거취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는 23일 출범 2주년을 맞는 가운데 초대 수장으로 지금까지 조직을 이끌고 있는 정승 식약처장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식약청 시절에 각종 사고로 인해 역대 식약청장들이 자주 교체됐지만, 정승 처장은 재임기간 최고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11명의 식약청장 가운데 최장수 기록은 윤여표 전 청장이 갖고 있는 2년3개월이다. 윤 전 청장은 현재 충북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3년 식약청에서 식약처로 승격되고 초대 수장을 맡은 정 처장은 앞으로 3개월여가 지나면 최장수 타이틀을 얻게 된다.
정 처장은 전라남도 완도 출신으로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에 들어가 기획예산담당관과 농업정보통계국장, 식품산업본부장 등을 거쳐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까지 지냈다. 이후 사단법인 말산업중앙회장을 맡았다가 2013년 3월23일 식약처 초대 처장으로 취임했다.
식약청은 식약처로 승격되면서 보건복지부에 있던 식품 기능까지 영위하면서 조직이 확대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조직개편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수산 및 식품업무가 식약처로 이동하면서 인력 260여명이 식약처에 합류했다.
정 처장은 타 부처 인력이관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불협화음을 잘 조율하며 조직을 잡음없이 이끌어 왔ㄷ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처장은 취임 이후 4대 악인 '불량식품' 근절에 힘썼다. 그 결과 식품안전 체감도가 2012년 66.6%에서 2013년 72%, 지난해 73.8%로 2년 연속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불량식품을 근절하기 위해 관련업체 3만2천여개소를 점검한 결과 1천978개소를 적발했다. 또 불법식품 사이트 검색엔진을 가동해 3~4주 걸렸던 조사를 1~2일로 단축했다.
식품의 제조단계에서 HACCP 적용대상 식품을 2012년 47%애소 지난해 52%로 확대했고, 통관단계에서는 수입식품사전예측검사시스템을 적용해 위해가 우려되는 삭품 부적합률이 80% 증가했다. 특히 식품이력추적관리등록업체를 2013년 65개소에서 지난해 1천190개소로 확대해 생산부터 소비까지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학교 8천494개소 전체가 식재료를 전자조달하면서 식중독 조기경보 시스템이 강화됐다. 급식 위생 및 영양관리를 지원받는 소규모 어린이집 아동도 2012년 12만 명에서 3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정 처장은 식품 뿐만 아니라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에 있어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식약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원장 구본기)을 통해 1단계로 사망자, 내년부터는 장례비와 장애 보상으로 구제범위를 확대하고, 2017년부터는 진료비까지 보상하는 등 취약계층 보호정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10년 넘게 표류중이던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가 제도화된 것은 정 처장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정 처장은 취임 직후 의약품과 의료기기 부작용 사례를 더 많이 수집하고 면밀히 분석해 소비자들에게 안전사용정보를 제공하는데 공을 들였다. 의약품 부작용 사례는 2012년 9만여건에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의료기기 부작용 사례도 2천여건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희귀질환자에 대한 치료기회를 확대하고, 임상시험자를 보호하기 위해 희귀 의약품 지정건수도 2012년 12건, 지난해에는 24건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정 처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해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필수·희귀의약품의 경우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공급이 중단돼 국민이 치료기회를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공급역량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출범 3년차를 맞는 올해는 그동안 구축된 안전관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식의약 안전의 기본을 바로세우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해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최장수' 타이틀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최근 정계 진출설이 불거지면서 정 처장이 식약처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정 처장은 오는 4월 29일 치러지는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직까지 출마의사를 공식 밝힌 적은 없지만, 최근 행보로 인해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정 처장은 지난달 12일 광주 서구 지역을 방문했다. 설을 앞두고 고속도로휴게소 등 국민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갖는다는 명목이지만 서구을 선거구인 서창 어린이집과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시지회(서구 치평동)를 찾았다가 행사장 출입이 봉쇄당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현직을 이용해 사전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정 처장이 2013년 취임한 이후 식.의약 모두 성과를 냈고, 다른 조직과도 큰 트러블 없이 조화를 이루도록 이끌었다"고 평하면서 "(정 처장이)출마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공천설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정 처장의 출마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이 정 처장의 영입을 사실상 확정짓고, 현재 공직에 있는 점을 감안해 주변을 정리하는 대로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공천을 완료할 것이란 소문이다.
광주 서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29보선 예비후보로 5명이 등록했다. 새누리당은 조준성 전 광주시당 사무처장, 새정치연합 김하중·김성현·조영택, 정의당 강은미 예비후보 등이다. 서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조준성 전 광주시당 사무처장 1명만 등록된 상태"라며 "내달 9~10일까지 예비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 처장이 식약처장으로 남아 최장수 기록을 다시 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