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080 무료 전화 도입 '역주행' 왜?

2015-03-12     유성용 기자

소매금융 비중이 높은 탓에 민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평가를 받는 KB국민은행(행장 윤종규)이 소비자의 민원제기에 적극 대응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국민은행은 금융사들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고객센터 전화를 대부분 유료회선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올들어 수신자부담인 '080' 상담전화를 도입했다.

민원을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해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으로의 불만 확산을 원천 차단하고 이를 통해 지난해 최하등급(5등급)에 그쳤던 민원발생평가 등급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올들어 소비자보호부로 연결되는 080 무료 고객상담 전화번호를(080-000-7900)을 개설하고, 2월 초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공지하는 등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080 상담전화 번호가 담긴 ‘금융분쟁 관련 상담 이용안내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고객 상담센터에서도 고객이 민원접수 문의를 할 경우 소비자보호부로 연결되는 080 전화번호를 우선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고객상담 전화를 유료로 운영하고, 무료 회선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기존 ‘1588-XXXX’, ‘1644-XXX’ 등 전국 대표번호의 콜센터는 지역에 따라 3분당 39원~281원의 통화료를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대형 은행 중 080 무료 전화를 운영하는 곳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두 곳에 불과하다. 보험, 증권, 카드 등 금융사 전체로도 주요 50개 업체 중 7곳만 080 전화를 운영 중이었다. 이는 상담전화가 하루에 3만~5만 건씩 걸려오는 탓에 비용 감당이 어려워 운영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수십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무료 상담전화를 개설한 것은 은행권 민원발생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받는 등 ‘불만’ 이미지가 고객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서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원발생평가는 금융사의 해결노력과 영업규모에도 영향을 받지만 금감원에 제기되는 민원 건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고객이 많은 국민은행으로선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의 개인고객수는 2천866만 명으로 2위권과 600만 명 이상 차이 나는 등 은행권에서 압도적 1위다.

실제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금감원에 제기된 국민은행 민원 건수는 1천826건으로 2위인 우리은행(행장 이광구)보다 600~650건 정도 더 많다. 그해 민원발생평가에서 우리은행은 3등급 국민은행은 5등급을 받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발생하는 민원을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올 초 ‘전화민원 수신자부담 전화’를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