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순차입금 23조 어쩌나?...검찰 수사에 투자유치계획 '발목'

2015-04-08     윤주애 기자
▲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가 순차입금을 줄이며 재무건전성을 높인 반면, 계열사의 차입이 증가하는 바람에 연결기준으로는 순차입금이 전년에 비해 7%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측과 다각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지만 최근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인해 성사여부가 불투명해져 권오준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포스코의 순차입금액은 지난해 말 23조6천억 원에 달했다. 전년도말 22조 원보다 7.2% 늘어난 금액이다. 

순차입금은 차입금 총액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금액이다. 포스코의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비율은 2013년 말 48.1%에서 지난해말 52.1%로 4%포인트 상승했다.

포스코만 놓고 보면 순차입금이 8조7천억 원에서 6조5천억 원으로 감소했다. 대우인터내셔널 등 계열사들의 순차입이 증가하면서 포스코의 전체 차입규모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순차입금이 지난해말 4조8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25.5%나 증가했다. 포스코건설은 2천400억 원에서 1조265억 원으로 무려 323.5%나 늘었다. 포스코피앤에스는 1천400억 원에서 약 2천억 원으로 45.4% 증가했다.

지난해 3월 권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던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권 회장은 계열사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철강업황 부진 등으로 차입금을 크게 줄이지 못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매출채권이 증가했고, 포스코에너지 발전소 신규 건설 목적으로 차입한 금액과 인도네시아의 일관제철소가 본격 가동되면서 운전자금 등으로 차입금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차입금을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보유하고 있는 시재 및 비부채성자금을 조달하고, 차입금을 일부 상환하는 등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1조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투자 유치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건설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지난달 말에는 PIF가 포스코건설 지분 40%를 취득하는 대신 1조 원을 보내야 했지만 검찰의 포스코 비자금 수사라는 돌발변수로 인해 계약이 미뤄지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건설 지분 89.53%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부펀드 측이 협상을 미루거나 계약을 접기로 할 경우 포스코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또 국부펀드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담당할 건설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와 별개로 대우인터내셔널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차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검찰수사의 불똥이 포스코그룹 전체로 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관련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한편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2009~2012년 동안 베트남 등지에서 하도급업체에 지급할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전직 경영진 등을 구속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