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으로 취소된 해외여행, 보상 어쩌나?
여행을 앞두고 돌연 취소된 항공편의 보상을 두고 여행사와 소비자가 갈등을 빚고 있다.
소비자는 여행 취소로 현지에 미리 지불한 상품의 취소수수료는 커녕 홈페이지에 버젓이 안내돼있는 보상액도 받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반면 여행사 측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지침으로 불가피하게 취소된 건에 대해서는 배상을 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지난 3월20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태국을 안전우려국으로 지정함에 따라 3월 24일 태국 국적 녹스쿠트 항공측에 항공권 판매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이어 지난 4월7일에는 녹스쿠트 항공의 신규취항 신청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3월24일 이전에 해당 항공권을 구입한 여행객들은 불가피하게 여행이 취소되거나 추가 비용을 들여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야만 했고 피해가 늘어났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이 모(여)씨 역시 항공권을 취소당한 여행객 중 한사람이다.
이 씨는 지난 3월3일 4월 중순에 출발하는 푸켓행 에어텔 상품을 인당 55만 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여행을 10일 앞둔 지난달 말 '해당 항공편이 취소돼 환불해 준다'는 여행사 대리점의 연락을 받았다.
다른 항공편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다른 항공편은 섭외가 안된다며 전액 환불과 취소수수료를 배상하겠다고 했다.
이 씨는 현지에 예약해 놓은 상품들을 취소할 경우 취소수수료가 발생한다고 따졌지만 그 부분에 대한 배상 책임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만 규정된 수수료 15%를 배상하겠다고 했다.
이 씨 일행은 울며겨자먹기로 1인당 3만5천 원씩인 현지 상품 취소수수료를 지불했고 다른 여행 상품으로 재구매했다.
며칠 뒤 걸려온 직원의 말에 그동안 힘들게 참아 온 화가 치밀었다. 정부 정책상 취소된 여행상품은 원금만 환불해주고 취소수수료는 배상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
이 씨는 "홈페이지에 환불 규정이 나와있는데 왜 말을 바꾸느냐"며 따졌지만 직원은 "정부 정책상 불가피하게 변경돼 우리도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홈페이지에도 나와있는 환불 규정인데 무조건 배상 책임이 없다고 말을 바꿔 황당했다"며 "소비자는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무조건 취소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이런 경우에도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만 하는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초기 대리점에서 정부 정책이 아닌 여행사 사정으로 인한 취소로 잘못 인지해 보상 안내를 한 것 같다"며 "이번 경우는 국토부의 지침으로 인한 불가피한 취소라 우리로써도 달리 방법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등 경쟁사들 역시 동일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경우는 드물어 우리로서도 적잖이 당황스럽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 사항에 따라 배상하고 있지만 이번 사안은 해외여행 표준약관 제13조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 기관 등의 파업으로 부득이하게 변경 또는 취소되는 경우에 포함돼 피해액을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