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원 이번 국회서도 '불발'...조사권 없는 소비자보호 언제까지?

2015-05-08     유성용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이번에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금융소비자원 출범이 2년째 장기표류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 내에 금융소비자보호처(처장 오순명)가 설치돼 있지만 단순한 민원 중개와 교육업무에 역할이 제한돼 있어 소비자보호 기구로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자료제출요구권과 조사권을 갖지 못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구멍이 뚤려 있는 상태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이번 임시국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처리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임종룡)는 2000년대 들어 카드사태, 키고(KIKO)사태, 저축은행 영업정치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2013년 6월 안정적인 금융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 신설 등 소비자보호 중심의 금융감독체계 구축을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을 발의했다.

금소원을 신설하고 금융사에 대한 자료제출요구권과 조사권 등 권한을 부여해 반복되는 사고 속에서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줄여보겠다는 의도였다.

2013년 말에는 동양사태를 계기로 독립적인 금소원의 설립 필요성이 재차 제기됐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신한‧KB‧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 회장과 만나 “금융 산업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신뢰받는 금융이 돼야 한다”며 “금소원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에도 금소법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에 있다. 지난 6일 종료된 4월 임시국회에서는 정무위 법안소위 조차 오르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금소법은 6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지만 여야간 의견차가 크고 일부 의원들은 금소원과 금융감독원의 역할 분담 등이 ‘헷갈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법안 통과가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를 맡고 있는 금소처를 떼 내 금소원을 만들고 금융위에다 상위 기구인 도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만들어 국회에 인사‧예산권을 부여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금소법의 국회통과 지연이 문제가 되는 것은 금융소비자보호처가 현재 금융감독원의 부속기구에 불과해 정책입안 권한은 기본이고 금융사에 대한 조사권이나 처벌권한이 전혀 없어 단순한 민원중개와 교육만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생명보험협회에 공시되고 있는 보험약관대출금리의 경우 20여년 전 기준에 따라 책정된 수치가 버젓이 게재돼 있는데 금감원이 이를 뒤늦게 인지하고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정작 보험사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금감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보험사로부터 협회에 공시되는 자료를 제공해 달라는 권한이 없다보니 요청 근거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금융위가 금융사별 대출금리 비교공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단순한 자료제출조차 제대로 요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지난해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NH농협카드의 1억 건 이상 개인정보 유출사고도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설립이 지연되는 와중에 벌어져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금소원이 출범해 카드사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개발 과정에서 내부 수칙을 잘 지켰는지 를 제대로 조사하고 확인했다면 대규모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금감원은 금소원 설립과 관련해 금융위의 권한이 커질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소원의 신설로 소비자 권익이 향상 될 수 있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현 체제에서 금소처가 독립하게 되면 결국 금융위의 권한만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