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광고 문구 '대문짝' 성분‧주의사항 '깨알'
'5포인트 이상' 기준으론 거의 읽기 어려워...규정 있으나마나
2015-06-03 문지혜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전성분표시제’에 따라 모든 화장품은 포장 용기에 함량이 많은 순서대로 성분들을 나열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들이 의무적으로 전성분을 표기하는데만 급급할 뿐 정작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지적이다.
3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13개 사 19개 제품을 임의 조사한 결과 평균 성분 글자 크기가 1mm, 주의사항 크기가 1.1mm에 불과했다.
성분이나 주의사항 글자의 크기가 1mm도 채 되지 않는 ‘깨알글씨’ 제품도 9개에 달했다.
성분 및 주의사항 글자가 가장 큰 것은 ‘식물나라 꽃물 에센스 하이드로겔 마스크팩’으로 1.8mm에 달했다.
핸드크림, 헤어에센스, 미스트 등 용기가 작은 화장품에 적힌 글씨가 작았지만 용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깨알글자로 표기한 제품도 많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아르간 오일 극손상헤어 샴푸’는 제품 효능 등을 설명하는데 용기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놓고 주의사항은 0.8mm 크기로 빼곡하게 적어놨으며 ‘해피바스 내추럴 정말 순한 타입 바디워시’도 깨알글씨로 표기하고는 공간을 남겼다.
아모레퍼시픽의 '해피바스 정말 순한 바디밀크' 450ml도 제품 설명 등을 다 적고도 공간이 충분히 남았지만 성분과 주의사항을 깨알글자로 표기하고 있었다. 애경의 '케라시스 볼륨 클리닉 샴푸 플러스'는 제품 특징을 강조하는 공간이 성분 및 주의사항의 두 배에 달했다.
심지어 용기의 색과 글자색이 비슷해 제대로 구별이 가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아르간 에센셜 딥 케어 헤어팩’은 투명한 갈색 바탕의 용기에 진갈색 글씨를 써 내용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 40대 이상에겐 무용지물...'전성분 표기' 있으나마나
이 때문에 20~30대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정도지만 40대 이상 넘어가게 되면 ‘보이지 않을 정도’라는 원성이 나오고 있다.
의약품 포장지에 성분 및 설명은 6포인트 이상으로 하라는 규정이 있지만 40대 이상은 가독성이 떨어져 읽기 어렵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2008년 전성분표시제가 시행됐지만 애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화장품 포장 표시기준 및 표시방법에 따르면 '화장품 성분의 글자 크기는 5포인트 이상으로 한다”고 표기하고 있다. 주의사항에 대해서는 그나마 별다른 조항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의약외품 표시에 관한 규정에 나와 있는 글자 크기 기준이 6포인트라 이를 기준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화장품 성분은 더 작게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체 측 역시 “작은 제품 용기에 모든 성분 및 주의사항을 적기 위해서는 글씨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성분 표시를 크게 하기 위해 제품 용량을 키울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반박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당초 제품의 성분이나 부작용 등은 소비자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법규로 규정한 것이지만 업체들이 의무적으로 ‘기입’하는 것에만 급급하다”며 “소비자가 제대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자발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