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보상규정 허당…'자체 약관이 먼저'

피해 보상 권고에 그쳐 실효성 '제로'...새상품권법 부활 '기대'

2015-05-19     문지혜 기자

#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서 모(여)씨는 3년 전에 12만 원을 주고 구입한 뷔페 상품권을 최근에 사용하려고 문의했다가 낭패를 봤다. 담당 업체가 바뀌어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상품권에 적힌 주의사항을 꼼꼼히 살펴봐도 상품권 유효기간은 찾을 수 없었다. 서 씨는 “업체명이 그대로라 당연히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미리 확인하지 않았으면 창피를 당할 뻔 했다”며 “업체가 바뀌면 기존 상품권은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냐”고 황당해 했다.

# 부산시 사하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갖고 있던 상품권을 정리하던 중 2010년 3월 발행된 1만 원짜리 상품권을 발견했다. 유효기간은 5년으로 딱 1개월이 지나 있었다.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인데 버리긴 아깝다는 생각에 업체에 문의하자 ‘유효기간이 지나면 방법이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 씨는 “유효기간이 지나도 90%정도 환불이 될 줄 알고 문의한 것인데 절대 사용이 불가능하다더라”며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유효기간이 지나면 고스란히 업체에 기부하는 게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어버이날을 비롯해 각종 명절 등 선물용으로 활용도가 높은 상품권의 판매량이 매년 늘어나는 반면 소비자 피해 역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류 상품권 뿐 아니라 모바일 상품권 피해도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법이 없어 보상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3년 기준 지류 상품권 발행 규모는 8조 원에 달하며 최근 늘어난 모바일 상품권까지 포함하면 10조 원이 넘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 상품권마다 다른 약관...관련법 없어 ‘업체 마음대로’

상품권 관련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 

'주말 사용 제한' 등 각종 조건을 붙여 상품권을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거나 유효기간을 짧게 설정해 환불을 거부했다는 피해 사례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잔액 환불을 거부하거나, 자체 약관을 이유로 ‘무조건 반품 불가’라고 안내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상품권을 발행한 업체마다 다른 약관을 제시한다고 해도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이후 인지세만 내면 누구나 발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롯데‧신세계상품권 백화점이나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상품권뿐 아니라 문화상품권, 해피머니상품권과 같은 활용도가 높은 상품권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권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더불어 상품권 피해도 함께 증가했다.

그나마 상품권 피해가 커지면서 상품권 표준약관‧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보상 등을 명시하고 있다. 앞서 두 사례 역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지류 상품권은 유효기간(5년)이 지났을 경우 90%를 보상해야 하며 잔액은 상품권의 80%를 사용했을 때(1만 원 이하는 60%) 나머지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 상품권 발행자가 다른 업체에 영업양도를 했을 경우 양도받은 업체에서 상품권을 동일하게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문제는 권고사안이라 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는 것. 상품권 발행업체가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거부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가 없다.

실제로 상품권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연간 2천여 건에 달하지만 해결률은 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 16년 만에 새상품권법 부활 조짐...소비자 피해 줄어들까 

미래부는 올해 4월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을 정하고 제멋대로 운영되던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과 환불기준을 명확히 했다. 새로운 표준약관은 SK플래닛(기프티콘), KT엠하우스(기프티쇼), LG유플러스(스마트월렛 쿠폰샵), CJ E&M(쿠투), SPC클라우드(해피콘), 윈큐브마케팅(기프팅)을 대상으로 오는 6월부터 실시된다.

상품권을 제시하면 특정 물건으로 바꿀 수 있는 물건교환형 상품권은 기존 4개월에서 6개월로 늘었으며 금액형 상품권은 기존 6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됐다.

환불도 기존에 신분증, 통장 사본 등을 제출해야 했던 것과 달리 휴대전화 인증만 확인되면 환불받을 수 있도록 절차가 축소됐다. 다만 유효기간이 기존 5년보다 짧은 것에 대한 불만은 있다.

이와 더불어 상품권을 관리‧감독하는 상품권법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99년 폐지된 이후 16년만이다.

지난 4월23일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품권 유통질서 확립 및 상품권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는 상품권 유효기간이나 환불 조건‧비율을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상품권을 발행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신고해 자격요건을 검증받아야 하며 상품권 발행을 중단‧폐지할 경우에도 신고해야 한다. 또한 폐지되더라도 이를 구매한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보험에 가입하거나 발행보증금을 내야 한다.

새로운 상품권법이 통과될 경우 업체에게 유리한 규정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상품권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지만 업체 측의 횡포로 소비자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 피해 역시 보상받지 못하는 만큼 상품권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