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수주 '제로' 현대중공업, 인도에서 돌파구 찾나?
현대중공업(대표 최길선·권오갑)이 인도 정부가 발주하는 18억 달러 규모의 LNG선 수주를 통해 세계 최강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지 관심을 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업체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LNG선 부문에서 올해 단 1척의 수주실적도 올리지 못한데다 대우조선해양에 밀려 수주잔량 2위로 내려 앉으면서 자존심을 크게 다친 상태다.
최근 방한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직접 울산을 찾아 기술협력을 요청하면서 인도 정부의 LNG사업에서 현대중공업이 한 발 앞서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대우조선 등 국내 '빅3' 조선사들은 올 들어 LNG선 8척(약 16억2천만 달러)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대표 정성립)이 6척, 삼성중공업(대표 박대영)이 2척을 수주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아직까지 실적이 전혀 없다.
지난해 LNG선 6척을 수주한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에 탱커 11척, LPG선 2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LNG선은 1척당 선가가 2억 달러(약 2천180억 원) 정도로 수천만 달러인 탱커, 벌크선에 비해 비싸다.
현대중공업은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1위 자리를 대우조선해양에 내준지도 벌써 6개월째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이 127척으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 94척, 삼성중공업 93척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66척 가운데 35척을 수주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수주잔량 1위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85척)과 현대미포조선(139척) 실적을 합쳐야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 정부가 발주할 예정인 18억 달러(약 1조9천억 원) 규모의 LNG선 사업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에 이목이 쏠리는 중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19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해 최길선 회장,권오갑 사장과 조선산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인도 국영 가스회사 게일(Gail)은 오는 2017년부터 20년 동안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자국으로 운송하기 위해 LNG선 9척을 발주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난해 8월부터 입찰이 계속 유찰되면서 해운사와 조선사 선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모디 총리가 방한기간 중 현대중공업을 찾은 것을 두고 사업시한이 촉박해지면서 LNG선 발주를 조속히 매듭짓기 위한 행보로 풀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모디 총리가 자국 조선소의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의 협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게일사는 9척 중 3척을 인도에서 건조하기를 원하고, 품질을 납기내 보증하도록 개런티를 부과한다는 까다로운 건을 내걸었다.
복수의 업계 계자들은 "해운사 입찰이 성사돼야 바로 조선사가 정해질 텐데 입찰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라며 "이르면 6~7월께 게일사가 완화된 조건으로 입찰공고를 낼 예정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외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인도 LNG선 입찰에 응할 것으로 알려져 결과는 아직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부터 정성립 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실적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인도 사업에도 강점인 LNG선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로 취임 3년차인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생존을 위한 질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규모 수주전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위로금 증가에 따라 영업손실 1천924억 원, 순손실 1천252억 원을 기록하는 등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가 잘 나갈 땐 조용했던 노조도 지난해 총파업에 들어갔고, 올해도 임단협 등을 이유로 사측과 빈번하게 마찰을 빚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분기에도 적자가 지속됐지만 일부 증권사들은 자사가 2분기에 700억~1천억 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이 3천TEU급 이상 컨테이너선 인도실적이 가장 많고, 최근 유조선 수주 관련 소식도 이어지고 있는 데다 해양생산설비 수주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며 "양적인 측면에서 수주량 증대가 기대된다"면서 현대중공업을 업종 내 최우선 선호주로 꼽았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초 러시아 가스프롬으로부터 2억9천500만 달러 규모의 LNG-FSRU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정식 계약 체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