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이재용의 삼성그룹 승계 ‘가속화’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키로 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소폭 줄지만 합병법인이 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게 돼 지배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물산을 1대0.35 비율로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오는 7월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통과시키고 9월1일자로 합병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지금의 삼성물산은 소멸되지만 제일모직은 합병 후 사명을 삼성물산으로 바꾼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 주식(보통주 1천562만주)에 신주 0.35주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23.2%에서 16.5%로 6.7%포인트 하락하게 된다. 보유 주식수는 그대로지만 신주 5천469만여주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율도 각각 7.7%에서 5.5%로 낮아진다. 이건희 회장 지분율 역시 3.4%에서 2.9%로 하락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유력했던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안이 현실화되면서 복잡했던 순환출자구조도 한층 단순해진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던 출자구조가 '합병법인 삼성물산(제일모직+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 SDI'로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4.1%가 합병법인이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율이 0.57%에 불과하다. 합병법인은 또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SDS(17.1%)와 삼성바이오로직스(4.9%) 지분도 갖게 된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지분도 46.3%다.
삼성그룹이 차세대 신성장동력을 삼고 있는 바이오사업만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합병법인이 지분율 51.2%로 최대주주가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2대주주는 삼성전자(48.8%)다.
일단 시장에서는 양사의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제일모직은 전날 물류창고 화재 사고에도 불구, 합병계획을 발표한 26일 상한가를 쳤다. 삼성물산도 주가가 저평가되는 상황에서 합병안이 발표됐지만 26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삼성물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3개가 있어야 제일모직 1주를 받을 수 있어 당장은 크게 득 될 일이 없지만, 앞으로 제일모직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투자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변수는 삼성물산 임시주총에서 합병안이 통과될 지 여부에 달려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삼성물산 주주 10명 중 6명은 소액주주다. 제일모직은 10명 중 2명 꼴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안에 반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된 주식에 최대 1조5천억 원까지 지불하기로 한도를 정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식매수청구권 합계액이 1조6천억 원에 달해 결국 무산됐다.
금융투자업계는 26일 종가가 제일모직 18만8천 원, 삼성물산 6만3천500원으로 합병가액 15만9천294원, 5만5천767원보다 높고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주주반대에 부딪혀 합병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고 있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일모직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 있고, 앞으로 삼성이 지주회사를 설립할 경우 배당성향이 높아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분석을 내봤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