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야심작 i40, 해외서 '순항' 국내서 '부진' 엇박자 왜?

2015-05-29     김건우 기자

현대자동차(대표 김충호·윤갑한)가 독일 디젤 세단을 잡을 대항마로 야심차게 새 모델을 내놓은 i40가 해외에서 순항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내수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해 눈길을 끈다.

이는 향상된 성능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의 '왜건' 모델 기피현상을 깨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40는 현대차가 독자개발한 7단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중형차 모델 가운데는 최초로 장착하는 등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출시 이전부터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부분변경 모델로 1월에 출시된 i40의 공인연비는 이전 모델보다 10.6% 향상된 16.7km/L에 달한다. 7단 DCT 탑재로 연비 뿐만 아니라 스포티한 주행까지 가능하다.

현대차는 출시 당시 판매목표를 내수시장에서 연간 5천 대 이상, 해외 수출 포함 3만9천 대로 잡았다.

하지만 출시 4개월이 지난 현재 실적은 예상을 크게 빗나가고 있다. i40는 내수시장에서 4월까지 고작 870대 밖에 팔지 못했다. 월 평균으로는 200대를 겨우 넘긴 것으로 경쟁상대로 지목한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1천807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재까지의 추세라면 지난해 판매대수 3천331대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 i40는 1세대 모델 최초 출시 이듬해부터 판매대수가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단위: 대)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이 '디젤 세단=독일차'라는 인식이 아직도 강하고 비슷한 가격대에 대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경쟁모델이 많다는 점을 i40가 내수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꼽는다.

더구나 국내 자동차시장은 '왜건의 무덤'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판매가 세단과 SUV모델에 편중돼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해치백, 왜건 시장이 워낙 작기 때문에 i40가 타 모델에 비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만 유럽과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i30, i40, 벨로스터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어 국내 성적만으로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i40는 내수시장에서의 부진과 달리 수출에서는 무난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4월 i40의 누적 수출대수는 1만3천여 대로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초 목표한 내수 및 수출포함 3만9천 대 이상 가능하다.

현대차는 i40를 포함한 PYL브랜드를 지속 유지하면서 20~30대 젊은 고객을 타겟으로 한 실험적이고 독특한 모델로서의 콘셉트를 이어가는 등 내수 실적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i40는 그랜저, 쏘나타처럼 볼륨모델이 속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다만 내수판매 부진이 지속된다면 어느 정도의 궤도수정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