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냐, 매각이냐?...갈림길 선 SK루브리컨츠의 운명은?
SK이노베이션(대표 정철길)가 알짜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매각설이 제기되면서 계획대로 기업공개(IPO)를 할 것인지 매각으로 선회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일단 SK이노베이션 측은 11일 공시를 통해 투자재원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IPO와 매각 두 가지 방안을 모두 고려중이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에서는 IPO와 매각 중 어느 쪽에 실리가 있을지 논란이 뜨겁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 2009년 10월 SK에너지의 윤활유 사업이 물적분활돼 출범한 윤활유 전문기업으로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완전 자회사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하락으로 인한 정유부문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재무구조가 악화될수록 신용등급 하향조정에 대한 압박이 커져 알짜회사인 SK루브리컨츠가 매물로 등장한 것이다.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은 6조8천억 원 수준으로 최근 정철길 사장이 차입금 규모를 올해 말까지 6조 원 아래로 떨어뜨리겠다는 단기 목표를 설정한 바 있어 가장 고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지금이 매각 적정시기라는 평가다.
IB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를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가 제시한 매각대금은 약 2조5천억 원에서 3조 원 사이. 이 금액이면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 감소가 단 번에 해결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알짜기업을 매각하기엔 아깝다는 반론도 있다. 업계에서도 SK루브리컨츠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독자개발한 고급 윤활기유 '유베이스'는 고급 승용차에 들어가는 윤활유 원료로 전세계 고급 윤활기유 시장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해외 매출비중은 무려 85%에 달한다.
국내시장에서도 윤활유 브랜드 '지크'가 업계 1위 GS칼텍스(대표 허진수)의 'Kixx'를 턱 밑까지 쫓아왔고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크'를 수출하면서 국내 정유사로는 최초로 자체 윤활유 브랜드 수출을 달성하면서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2011년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스페인 윤활기유 공장과 2008년 인도네시아 두마이 윤활기유 공장 합작사업 모두 글로벌 윤활기유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생산기지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한다는 최 회장이 의지를 갖고 있을 정도로 윤활유 사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그 결과 SK루브리컨츠는 하루 7만8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하게돼 엑손모빌과 쉘에 이어 세계 3위의 윤활기유 생산업체로 발돋움했다. 특히 SK루브리컨츠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고급윤활기유 시장은 자동차용으로 사용하는데 유로6 배기가스 규제 및 고급차 수요 등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사업부문에서 윤활유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매각이 부담스럽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에서 2조9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액 대비 5% 정도로 미미하지만 영업이익은 약 2천900억 원으로 화학사업 다음으로 많았다.
유안타증권 황규원 연구원은 "꾸준히 IPO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것 만큼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중요하다면 기업공개로 가는 방향이 유리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인수금액과 현금 조달 차원이라면 매각이 좋은 카드가 될 수 있어 고민되는 선택이다"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