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취소 못하는 '배송 중'으로 시간 끌기 횡포

늑장배송으로 필요 없어진 물건 '고객변심 취소'라며 택배비 물려

2015-06-26     문지혜 기자
# 서울시 강서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6월 초 G마켓에서 위생용품을 구입했다. 결제를 마치자마자 ‘배송 준비 중’이라고 상태창이 바뀌어 금방 제품이 배송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홈페이지엔 여전히 ‘배송 대기 중’이라는 문구만 떠있었다. 게다가 판매자는 전화도 받지 않고 언제쯤 배송되냐는 문의글에 답변조차 없었다. 기다리다 지쳐 취소 요청을 하니 갑자기 ‘배송중’으로 상태가 바뀌었고 송장번호까지 날아왔지만 검색은 되지 않았다. 김 씨는 “판매자가 배송  중일 경우  취소가 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소비자를 골탕먹이고 있다”며 “일주일, 이주일씩 배송 대기 중으로 해놓고 무조건 기다리라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 경상북도 영천시에 사는 지 모(남)씨도 지난 5월 초 옥션에서 휴대용 모기퇴치기를 4만 원 가량에 구입했지만 한 달 가까이 배송이 되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확인해도 ‘배송 준비 중’이라고만 뜰 뿐 아무런 연락이 없어 6월 1일 구매 취소 신청을 했다. 이후 환불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틀이 지난 6월 3일 느닷없이 제품이 배송됐다. 지 씨가 고객센터와 판매자에게 항의하자 곧 택배기사가 수거해갔지만 이번엔 ‘고객 변심에 의한 취소’라며 왕복 택배비를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를 거부하자 환불도 해줄 수 없다고 설명해 다시 판매자와 보름 가까이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지 씨는 “한 달 동안 아무 소식 없다가 취소 신청을 하자마자 제품을 보내놓고 ‘변심’이라고 몰아부친다”며 황당해 했다.

오픈마켓에서 제품을 구매했다가 기약없는 ‘늑장배송’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업체 측의 취소 요청 시스템에 개선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

앞선 사례들처럼 오랜 기간 ‘배송 준비 중’ 상태에 지쳐 취소 요청을 하면 그제야 배송하겠다며 이를 거부하거나 일방적으로 배송 후 반품 배송비를 요청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

실제로 각 오픈마켓에서는 배송 단계에 따라 취소 방법을 다르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G마켓, 옥션(이베이코리아 대표 변광윤), 11번가(대표 서진우) 모두 입금 및 배송 상태에 따라 입금 확인 중, 결제완료, 배송 준비 중, 배송중, 배송완료 등 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 오픈마켓의 주문 및 배송 단계.

이중에서 ‘입금 확인’과 ‘결제 완료’ 상태일 경우에는 바로 취소가 가능하다. '배송 준비 중'일 경우에는 취소 요청 시 판매자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미 포장이나 배송 작업이 완료됐을 경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취소 요청 이후 24시간 동안 판매자로부터 연락이 없으면 자동 취소가 되기도 한다. 단 해외배송이나 일부 기획몰에서 구입한 상품은 자동 취소가 되지 않는다.

이후 배송중이나 배송완료 상태일 경우에는 제품 반송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왕복 배송비를 요구할 수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가장 많이 갈등을 빚는 것은 ‘배송 준비 중’ 단계다. 하지만 판매자가 ‘취소 승인’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주장하는 대로 ‘일부러 취소 거부를 하거나 택배비를 위해 배송한다’는 것을 확인하긴 어렵다. 따라서 이에 대한 오픈마켓 측의 패널티도 없다.

다만 일부러 ‘배송 중’으로 표시한다는 의심이 들 때에는 판매자에게 실제 발송 여부를 확인한 뒤 택배 송장 번호를 통해 상품 위치를 찾아야 한다. 이때 실제 발송이 되지 않았다면 고객센터에 문의해 취소 처리가 가능하다. 

오픈마켓의 관계자는 “판매자가 일부러 취소 요청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택배비를 요청할 생각으로 제품을 보내는 것은  아니라도 보고 있다”며 “다만 실제로 배송 준비 기간이 너무 길었다고 판단되면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