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매 증발하고 물 새는 에어컨, 제품 불량? 설치 하자?
제조사-설치업체 핑퐁에 소비자만 '열불'...설치 직후 꼼꼼히 검토
#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에 사는 이 모(여)씨는 인근 롯데하이마트에서 에어컨을 구입한 후 3년여 동안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매년 가스 부족으로 충전해 사용하다 최근에야 배관상 하자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제조사 측은 설치 당시 질소압력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은 게 하자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조사와 판매처 모두 품질보증기간인 1년이 지났다며 나몰라라 했다. 이 씨는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판매처나 3년간 그 원인을 몰라 생고생시킨 제조사나 모두 책임이 있는게 아니냐"고 분개했다.
#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정 모(여)씨는 에어컨 누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설치가 잘못된 탓인지 벽면에 흘러내린 누런 물로 벽지가 오염돼 엉망인 상태.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에어컨이라 판매자에게 누수 피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벽에 생긴 얼룩은 주방세제로 닦으면 된다"는 뻔뻔한 답이 전부였다고. 정 씨는 "5월달에 갑자기 너무 더워 지난달 초 에어컨을 설치했는데 10번도 사용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는데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억울해 했다.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 에어컨을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다. 원인규명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제조사와 설치업자가 책임을 두고 핑퐁하며 시간만 끄는 경우가 태반이다.
소비자들은 가전 사용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에 대해 제조사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에어컨이나 보일러 등 설치형 가전의 경우 제품 하자와 설치 하자에 대한 책임이 나눠진다.
백화점이나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등 제조사 직영로드샾에서 구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설치 책임자가 달라진다. 따라서 고장 원인에 따라 AS주체가 제조사인지 설치업체인지 결정된다.
그러기 위해선 원인 파악이 우선돼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객관적으로 하자 여부를 판명해줄 전문기관이 없다보니 귀책사유 등을 놓고 설치업체와 제조사간 공방이 벌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삼성전자, LG전자, 캐리어, 대유위니아 등 제조사들은 회사 소속 전문설치기사가 설치한 제품에 생긴 문제는 본사에서 책임을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반면 사설설치업체를 이용한 경우 설치 미숙으로 인한 문제는 어떤 보상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에어컨은 품질보증기간이 2년이고, 부품 보유기간이 7년(내용연수 7년)이다. 사무실이나 가게 등의 천장에 설치하는 시스템에어컨은 냉난방 겸용이 많아 품질보증기간이 1년으로 짧다.
에어컨 등 가전제품 설치하자로 인한 피해는 1년까지만 설치업체로부터 설치비 및 피해액을 배상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에어컨 등 계절상품의 품질보증기간를 2년 미만으로 운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 가정집에서 에어컨을 사용하는 기간은 길어야 1년에 몇 달도 채 되지 않는다. 냉매 유출, 배관 누수 등은 곧바로 발견되는 문제가 아니라 하자 여부를 판단했을 때는 보증기간을 훌쩍 넘겼을 때가 대부분이라 실질적인 보증을 받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치과정을 꼼꼼히 챙겨 보고 설치 직후 작동 상태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피해 발생 시에는 먼저 사진 등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