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프라다 등 '논세일' 홍보하고 게릴라 할인 빈번
비공식 세일 일정 '본사 권한', 매장에선 알 수 없다고?...소비자만 봉
# 부산에 사는 송 모(여)씨는 생일 선물로 75만 원짜리 유명브랜드 구두를 선물 받았다. 남편과 함께 방문한 매장의 직원으로부터 "세일을 하지 않는 상품인데도 인기가 있다"며 추천을 받은 제품이었다고. 하지만 한 달이 채 지나기 전 해당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던 송 씨는 동일한 제품이 50% 할인가에 판매 중인 것을 발견했다. 매장 직원에게 따져봤지만 "이례적인 일"이라며 설명하지 못했다고. 브랜드 본사 측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마땅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의무가 없다며 잘랐다. 송 씨는 "3개월 할부로 구입했는데 한 달도 안돼 반값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너무 어이없었다"며 "논세일 제품이라고 홍보하고 나몰라라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일"이라며 억울해했다.
세일을 하지 않는 일명 '논세일' 제품으로 알고 구입한 고가의 제품이 얼마 뒤 떡하니 할인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고가의 명품 브랜드는 적은 할인율에도 정상가와 가격 차이가 커 소비자의 불만도 크다.
구입 당시 매장 측으로부터 논세일 제품임을 확인하고 구입한 소비자들은 할인금액만큼 소급해 환불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해당 업체 측은 '본사 결정 사안'이라 국내 직원은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이와 관련해 보상을 받기는 힘들다. 시장자율경제의 원칙상 가격 책정은 판매자 권한이기 때문이다.
결국 '논세일' 이라는 업체 측 설명과 달리 구입한 제품이 다음날 바로 할인가에 판매된다고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운을 탓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피해 소비자들은 "노세일 제품인 것처럼 설명하고 세일 후 '회사 정책' 핑계대며 나몰라라 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라며 "하다 못해 신상품에 한해서라도 일정 기간 논세일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 명품 브랜드업체들 비공식 세일 '며느리도 몰라~'
구찌, 샤넬, 프라다, 에스티듀폰, 버버리, 루이비통 등 인기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은 "비공식 세일은 예측 불가한 부분으로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프라다와 구찌 관계자에 따르면 단기성이나 이벤트성 등 비공식 세일은 물론이고 매해 진행하는 여름, 겨울 시즌 오프 세일도 외국에 있는 본사의 지침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버버리 역시 영국 본사의 지침에 따라 세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세일 기간이나 계획을 알 수 없다. 단 공식홈페이지에 세일 기간 전 미리 공지를 하고 있는데 나라마다 다르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에스티듀폰은 국내에 있는 독점수입업체의 결정으로 진행되지만 매장 직원은 바로 전날까지 알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는 "듀폰은 정기 세일을 진행하지 않지만 수입한 물량이나 국내 시장 분위기에 따라 단기 세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반해 루이비통은 세일을 진행하지 않는 '논세일 브랜드'라고 밝혔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고객 상품가치 보존이라는 이념 아래 정식 루이비통 매장에서는 세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샤넬 역시 세일을 진행하지 않다가 올 상반기 국내 백화점 판매 가격을 최대 20%까지 할인 판매한 바 있다.
브랜드 관계자들은 "억울해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일일이 대응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조금 더 비싸게 구입한 만큼 남들보다 더 빨리 신상품을 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사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소장은 "비단 명품 브랜드 외 일반브랜드들도 '노세일'을 강조한 마케팅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현행법상 이와 관련해 구제받을 방법이 없는 만큼 제품의 가치와 효율성 등을 따져보고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