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유럽차의 감성을 입은 미국차, 크라이슬러 200C
2015-07-15 김건우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고연비의 독일 디젤 세단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고 정숙성과 친환경성을 강조한 일본 하이브리드카의 입지도 탄탄해진 탓이다.
FCA코리아(대표 파블로 로쏘)가 올해 2월 중형 세단 '크라이슬러 200'을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홈그라운드인 북미를 제외하면 한국이 최초 출시 지역이다.
경쟁상대로는 BMW 3시리즈, 메르데세스-벤츠 C클래스, 토요타 캠리를 꼽았다.
국산 중형세단이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독일, 일본차의 상승세까지 이어지는 시장에서 크라이슬러 200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일단 외관에서는 덩치가 크고 튼실한 미국차의 이미지를 찾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날렵하게 이어지는 루프라인과 후면부의 디자인 등이 한 눈에 봐도 전형적인 쿠페 스타일의 유럽 세단같다.
센터페시아에도 안전장치와 일부 공조기능을 제외한 버튼이 사라졌다. 전체적인 제어장치는 '유-커넥트' 프로그램 안에 내장돼있어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인데 깔끔하면서 실용적이다.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기어노브가 '기어봉'이 아닌 다이얼 방식의 '로터리' 타입으로 바뀐 점이다. 수입차 중에서도 재규어랜드로버 등 일부 브랜드에서만 도입하고 있는 방식인데 기어봉이 사라지다보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고스란히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트 착좌감도 수준급이다. 특히 뒷좌석은 몸이 파묻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여서 패밀리 세단으로서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단 쿠페형 디자인을 가미하다보니 뒷좌석 머리공간이 부족해 신장 180cm 이상 성인 남성은 답답하고 불편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453리터 정도로 동급 경쟁모델보다는 조금 넓다. 다만 최근 여러 제조사에서 도입하고 있는 전자식 개폐장치가 아닌데다 개폐 버튼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은 한참 찾아야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FCA코리아가 크라이슬러 200을 출시할 당시 가장 중점적으로 홍보한 것 중 하나가 '9단 자동변속기'다. 9단 자동변속기는 기어비를 촘촘하게 설정해 변속충격이 적고 동력성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활 주행에서는 9단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이번 시승에서는 간선도로에서의 5분 이상 고속주행을 유지했을 때 잠깐 9단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생활 주행에서는 주로 6~7단 영역까지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가속 성능은 동급 가솔린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24.2kg.m으로 제원상으로는 출력에 비해 토크가 조금 부족할 수있지만 실 주행에서는 만족스러운 펀치력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9단 자동변속기 덕택에 동력이 적재적소에 공급돼 힘이 부족하진 않다.
핸들링도 중형 차급임에도 불구하고 무겁지 않아서 고속 주행시 빠른 코너링에도 부담이 적다. 날렵한 외관이미지 만큼이나 조향감이나 고속 안정성도 민첩하고 훌륭하다.
이 차의 특장점 중 하나는 과도할 정도로 탑재된 각종 안전사양이다. 시승모델인 200C를 기준으로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전방추돌 경고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플러스 시스템 등 일일히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주행 시 너무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생각될 정도다. 3천만 원대 수입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어댑티드 크루즈컨트롤'도 들어가 있다.
가격은 풀옵션 모델인 200C는 3천780만원, 엔트리 모델인 200은 3천180만원이다. 엔트리 모델로는 국산 동급모델과 경쟁할 수 있고 200C는 일본 가솔린 세단과 가격 경쟁이 붙을 만하다.
3천만원대 가격에 다양한 안전사양, 고급스러고 깔끔한 인테리어까지 팔방미인이지만 현재까지의 판매 실적은 아쉽다. 2월 출시 후 5개월 간 402대가 판매돼 월 평균 판매대수는 80대 남짓으로 출시 당시 목표한 월 100대 이상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브랜드에 유럽의 색깔을 입힌 모델이라는 점에서 향후 판매실적이나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궁금하게 만드는 모델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