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서 산 가전제품 불량 입증은 소비자 몫

제조사로부터 직접 '초기 불량 확인서' 받아야 교환 환불 가능

2015-07-31     안형일 기자

# 대전에서 자취하는 이 모(남)씨는 오픈마켓에서 5만7천 원 상당의 소형청소기를 구입했다. 잔 흠집과 먼지 등 사용 흔적에다 작동 시 심한 소음이 나 불량을 의심한 이 씨는 업체 측에 환불을 요청했다. 판매자는 제조사 공식 AS센터에서 직접 '초기불량확인서'를 떼어 오라고 요구했다. 이 씨는 "엉터리 제품을 보내놓고서 고객에게 직접 불량임을 확인받아 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배송비나 차비, 시간 등을 따져보니 엄두가 안나 감수하고 쓰기로 했다"며 씁쓸해했다.

# 대형 온라인몰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한 경남 창원에 사는 손 모(남)씨. 배송된 단말기 액정에 굵은 흠집이 있는 걸 확인하고 업체 측으로 환불을 요구하자 제조사 측에서 '초기불량확인서'를 받아오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서비스센터 2곳 모두 액정에 난 흠집은 초기불량이라 볼 수 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드러냈다. 되레 배송 중 훼손을 의심하며 판매처의 잘못으로 돌렸다고. 손 씨는 "배송중 훼손도 아니고 제품불량도 아니라면서 서로 책임만 회피하면 어쩌라는 말이냐"며 "돈은 돈대로 들고 시간들여 직접 돌아다녔는데 보상 받을 방법이 없다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옥션, G마켓, 11번가), 소셜커머스(쿠팡, 티몬, 위메프)등 대형 온라인몰을 통해 구매한 가전제품이 초기불량일 경우 환불 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매장이나 공식사이트에서 구입하는 것과 달리 온라인몰에서 구입한 제품에서 외관이나 기능상 문제가 발견되면 불량 제품이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직접 해당 제조사 측 AS센터에 제품을 보내 검수 후 '초기불량확인서'를 받아 판매처로 제출해야 교환‧환불 등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전자제품의 경우 구입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판매사 측에 불량제품임을 알리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애초에 불량 제품을 받은 것도 화가 나는데 시간을 투자해 제조사로 방문, 서류까지 증빙해야 하는 상황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주를 이룬다.

논란이 되고 있는 '초기불량확인서'는 소비자법에 의한 규정이 아닌 판매처의 요구사항이다.

오픈마켓 측은 판매자별로 다를수 있지만 원칙상 소비자 변심에 의한 교환‧환불은 불가하기 때문에 그를 선별하기 위해 객관적 자료인 제조사의 불량판정확인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인서를 발급 받는 과정이 쉽지 않다.

온라인 제품의 경우 제조사가 아닌 판매처에서 배송을 주관하기 때문에 '배송 중 파손'과 '초기 불량'을 두고 양 측이 마찰을 빚기도 한다. 보상 지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또한 앞서 사례처럼 중고제품 의혹 등은 실제 기능과는 무관해 '초기불량 확인서'를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다보니 환불을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초기불량 여부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은 물론 배송비나 차비, 통신비 등에 대한 보상 규정조차 없어 소비자  피해가 크다"며 "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