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허은철호, 상반기 수출액 1천억 돌파...2세 경영 안착

2015-08-12     윤주애 기자

▲ 허은철 녹십자 사장

녹십자가 올해 상반기에 국내 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출 1천억 원을 돌파했다. 2세 경영인인 허은철 사장이 취임 후 거둔 첫 성적이다.

R&D부문에서 주로 경력을 쌓은 허 사장은 혈액제재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승부를 걸고 있다.

녹십자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액은 지난해 924억 원에서 올해 1천25억 원으로 10.9% 증가했다.

백신 수출이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에만 계절독감백신 2천900만 달러(약 337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하반기에도 수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4천만 달러 가까이 계절독감백신을 수출했다.

수두백신도 올해부터 내년까지 7천500만 달러(약 873억 원)어치를 수출할 예정이다. 

혈액제제로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를 방지하는 알부민, 면역질환에 사용하는 면역글로블린 등은 중국과 인도, 중동 등에 수출되고 있다.


녹십자는 일찌감치 백신과 혈액제제의 수출 활로를 모색해왔다.

내수매출이 2010년 7천109억 원에서 지난해 6천415억 원으로 9.8% 감소하는 사이 수출액은 증가했다. 처음 수출을 시작했던 2010년 809억 원에서 지난해 2천127억 원으로 163%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0.2%에서 지난해 24.9%로 상승했다.

녹십자는 내수부진을 해외수출로 돌파했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리베이트 규제 등으로 영업환경이 위축된 반면 녹십자는 안정적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했다.

녹십자는 올 상반기 매출액 4천828억 원과 영업이익 42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1%, 영업이익이 28.8%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 9천753억 원으로 1조 클럽 가입에 실패했지만 올해는 이변이 없는 이상 1조 원 달성이 유력해보인다.

고 허영섭 창업주의 차남인 허은철 사장이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승진하고, 올해 1월1일자로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수출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허은철 사장은 미국 코넬대에서 식품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해외파다. 그는 1998년 녹십자에 입사해 주로 연구개발(R&D)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3년 말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오르면서 영업, 생산 등 현장까지 챙기기 시작했다. 회사 안팎에선 전문경영인으로 착각할 정도로 제약업에 정통해 있다는 평가다.

녹십자는 허은철 사장의 취임 이후 백신 뿐 아니라 혈액제제의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브라질 정부로부터 572만 달러(약 66억6천만 원) 상당의 면역글로블린(IVIG-SN)을 수주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면역글로블린을 시판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국(FDA)에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미국은 세계 의약품 시장 중 가장 규모도 크고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 6월부터는 캐나다 퀘벡에 약 1천780억 원을 투자해 혈액제제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내 혈액원에서 모은 혈장에서 알부민과 면역글로블린 등을 뽑아낼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녹십자의 수출확대와 실적개선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태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녹십자가 수출증가를 통해 국내 독감백신 공급초과 우려를 불식했다"며 "실실적개선과 향후 글로벌 혈액제제 공장 구축 등으로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목표주가 31만 원을 유지했다. 김현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FDA의 시판허가가 나오면 2017년부터 미국에서 면역글로블린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녹십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19만3천 원에서 29만2천 원으로 51.3% 상향조정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