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결합상품 장기이용자는 '봉', '메뚜기'가 '왕'
할인 혜택 등 장기이용자에겐 인색, 해지방어 수단으로 악용
# 인터넷-IPTV 결합상품을 3년 약정으로 이용중인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김 모(남)씨. 얼마 전 평소보다 요금이 더 나와 알아보니 장비 임대료 약정기간이 끝나 할인적용이 끝난 상태였다. 약정이 끝났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김 씨가 해지신청을 하자 요금은 더 올랐다. 요금체계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이 항의하자 고객센터에서는 규정 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김 씨는 "약정 기간 이후 부과되는 요금이라도 미리 알려줬으면 당황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김 모(여)씨도 지난달 초 유무선 결합상품 3년 약정 계약이 끝나자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고객센터로부터 재약정을 1년만 하면 추가 할인을 해주겠다고 제안을 받았다. 할인율이 이전과 큰 차이가 없어 해지하겠다고 하자 영화 쿠폰, IPTV 유료서비스 등 각종 상품들을 무료 서비스하겠다고 자세를 바꿨다고. 김 씨는 "장기이용자에 대한 혜택은 전혀 없이 해지방어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할인을 주겠다며 유·무선 결합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장기 고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과도한 '해지방어' 문제부터 약정 종료 후 인상되는 요금 구조임에도 안내가 부족한 점, 고객동의 없이 약정을 자동으로 연장하는 등의 문제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짜 마케팅 근절 및 위약금 산정 체계 보완 등을 담은 '결합상품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장기 고객이 '호갱'으로 전락하는 일부 통신사들의 상술이 사라질 지는 미지수다.
◆ 약정계약 종료 후 요금 인상...묵묵히 이용한 장기이용자만 '봉'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각 통신사들은 약정 종료 시 재약정을 위해 고객에게 사전고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금 고지서에 약정 기간 및 위약금을 기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상당수 고객들이 자동이체로 요금을 결제해 약정 종료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약정 자체가 일정 기간 의무계약을 전제로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약정이 지나면 할인은 사라지는 구조이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결국 장기 고객임에도 약정 종료 사실을 몰라 더 많은 요금을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약정이 자동으로 연장돼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약정 종료 후 고객은 통신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통신사가 일방적으로 약정을 자동 연장시켜 선택권 자체를 빼앗는 것이다.
약정기간이 지난 뒤 계약이 자동 연장됐다면 위약금을 내지 않고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통신사들은 추가 연장 시에도 위약금을 내야한다며 해지를 방어해 장기고객을 우롱하고 있었다.
과도한 해지방어 논란도 수 년째 제기되는 문제다. 처음엔 '할인'부분을 언급도 않다가 '해지'라는 단어를 꺼내자마자 득달같이 각종 할인혜택을 쏟아내 황당했다는 내용이다.
계약해지를 강하게 요구할 수록 할인이나 각종 혜택이 더 많아져 목소리가 큰 소비자가 이득을 보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순진하게 묵묵히 사용하는 장기 고객들이 찬밥 신세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 약정 기간 파악이 우선, '결합상품 제도 개선안'이 도움 될까?
이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입한 상품의 약정기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휴대전화는 2년, 초고속인터넷은 3년 약정을 맺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합상품은 각 상품마다 약정 종료시점이 달라 소비자들이 혼동할 수 있다. 약정 기간은 통신요금 고지서나 통신사 홈페이지 및 애플리케이션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약정 자동연장으로 인한 피해 역시 약관 상 재약정에 따른 계약은 중도 위약금이 없다. 일부 통신사에서는 재약정 시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소비자에게 부당한 위약금을 물리는 경우가 있어 규정을 따져야 할 문제다.
사용기간이 길수록 해지 위약금이 많아지는 위약금 산정 방식은 최근 발표된 결합상품 제도 개선안을 통해 보완돼 '장기고객 홀대하기' 비판을 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통신사들이 약정이나 할인등에 무심한 장기고객들을 지나치게 홀대하고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에 계약기간등을 체크해 제대로 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