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해 소비 진작?...서민에겐 그림의 떡

조건 까다롭고 적용 대상 한정적...졸속 입법 논란

2015-08-20     손강훈 기자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2015년 세법개정안’이 소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소득공제 한시적 확대’는 복잡한 조건으로 혜택이 받기 어렵고 ‘개별소비세 정비’의 경우 일부 고소득 층만 혜택을 볼 수있다는 것.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5년 세법개정안은 오는 9월 국회로 상정돼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때문에 상정 이전에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 인상?...조건 까다롭고 효과는 미미

2015년 세법개정안을 따르면 건전한 소비 진작을 위해 체크카드‧현금영수증 등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30%에서 50%로 인상(1년간 시행)된다.

얼핏 보면 파격적인 내용이지만 ‘사용액 증가분’이란 조건에 주목해야 한다.

인상된 소득공제율을 적용 받으려면 올해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총 사용액이 지난해보다 많아야 하고 2015년 하반기, 2016년 상반기 사용금액이 각각 2014년 연간 사용액 절반을 넘어야 한다.

또한 신용카드, 체크카드 사용 금액이 연소득 25% 넘어야 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이렇듯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다 보니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연봉 3천40만 원(2014년 국세통계연보)을 예로 들어 계산해보면 신용카드‧체크카드 등 사용금액이 760만 원(전통시장, 교통카드 제외)이 넘어야 공제가 가능하다.

만약 지난해 신용카드 760만 원, 체크카드 100만 원을 사용해 30만 원을 공제 받았다면(공제율 30% 적용) 인상된 50% 공제율 적용을 위해선 신용카드‧체크카드 등 이용금액이 860만 원을 넘어야 한다. 

게다가 이번 하반기에만 신용카드‧체크카드 등 사용금액이 430만 원을 넘어야 한다. 50% 인상된 공제율 적용을 위해선 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어려운 구조다.

특히 공제한도 금액이 300만 원이기 때문에 미리 계획에 따라 카드 이용을 한 소비자라면 추후 공제율 인상 혜택을 보긴 불가능하다.

◆ 귀금속, 명품 등 개별소비세 기준상향 및 폐지...대상은 고소득 소비자?

개별소비세는 일명 ‘사치세’라 불리는 세금으로 가구, 카메라, 시계, 가방, 모피, 귀금속이나 녹용, 로열젤리, 향수, 대용량 가전제품에 5~7% 부과돼 왔다.

정부는 개별소비세의 기준을 상향 시키거나 폐지해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혜택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녹용, 로열젤리, 향수 등에 붙던 7%의 개별소비세가 폐지된다. 가구, 카메라, 시계, 가방, 모피, 귀금속 등의 개별소비세 기준은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만약 300만 원의 가방을 구입할 경우 기존에는 200만 원 초과 금액인 100만 원에 20%인 20만 원을 개별소비세로 내야 했지만 내년부터는 면제 대상이다.

결국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의 비교적 고가인 물품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소비자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결론이다.

또한 에어컨, 냉장고, 드럼세탁기, TV 등 대용량 가전제품 중 에너지 효율이 1등급이 되지 않는 경우 5%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해왔는데 이를 폐지한다.

이 역시 이미 국내 전체 가전제품 시장의 95% 이상이 1등급으로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이 아닌 상황에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납세자연맹는 “일부 건강식품과 대형 또는 고가 가전제품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과 기준 인상 및 폐지는 고소득층만을 위한 세금 혜택으로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며 “체크카드와 현금카드 소득공제율 상향 역시 절세효과는 미미하고 세법만 복잡하게 만드는 졸속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