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이 내 카드로 결제? ..신용카드 번호의 비밀
2015-09-07 손강훈 기자
전혀 모르는 사람이 구매한 물건값이 제 3자의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유사한 신용카드 일련번호로 인해 발생한 황당 상황으로 소비자가 ‘카드결제 문자메시지’를 바로 확인하면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경남 김해시 박 모(여)씨는 지난달 18일 저녁 '2만7천900원이 결제됐다'는 카드 승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제는 자신이 A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다음날 고객센터에 전화한 박 씨는 자신의 카드와 유사한 일련번호를 가진 사람이 카드 결제 시 카드 번호를 잘못 입력한 것이 하필 박 씨의 카드번호와 일치해 결제가 이뤄진 거라는 놀라운 내용을 안내받았다.
16자리 중 앞 12자리와 유효기간마저 정확히 일치하는 카드였다고.
며칠 후 카드결제가 취소돼 실질적으로 받은 피해는 없었지만 당황스러움은 가시지 않았다.
박 씨는 “아무리 카드번호가 비슷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결제가 자신의 카드로 이뤄진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게다가 내가 제 때 확인하지 않았으면 생돈을 날릴 뻔 했다”고 기막혀 했다.
카드번호 16자리 중 12자리가 똑같은 건 발급 카드사의 실수일까?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 카드사가 카드번호를 부여하는 체계는 공통적이다.
카드번호는 16자리(아멕스 15자리)로 구성돼 있다. 1~4번째는 신용카드 브랜드(국내전용, 비자, 마스터, 아멕스 등)을 나타내고 5~6번째 자리는 발급 신용카드사를 구분할 수 있는 금융기관 코드가 표시된다.
7~15번째는 신용카드 발급순서에 따라 일련번호가 부여되고 마지막 16번째(아멕스 15번째)는 신용카드 번호 위조 방지를 위한 검증값이 부여된다.
확률은 극히 낮지만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카드를 신규발급 받거나 갱신 받으면 카드번호가 비슷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위의 사례도 같은 날, 같은 시기에 카드가 발급되면서 유효기간도 같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의 사례는 ▶자신의 카드와 번호가 유사한 카드를 가진 다른 고객이 존재했다는 점 ▶그 고객이 결제 시 실수로 박 씨의 번호로 카드번호를 입력했다는 점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으로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결제를 했다는 점이 교묘히 맞아 떨어져 발생한 일이다.
A카드사 관계자는 “이론상으로 카드번호가 유사할 수 있지만 이같은 사례는 발생하기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만 입력하면 결제가 되는 모바일 결제의 경우, 고객 편의를 위해 결제 문자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결제 내역을 발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