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서 옷 망가져도 영수증 없으면 보상 '쥐꼬리'

구매가 입증 못하면 세탁금액의 20배, 최대 20만 원으로 보상액 한정

2015-09-18     안형일 기자
'저렴한 이용 가격'을 앞세운 전문 세탁업체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된 소비자 민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세탁점은 당초 990원부터 최고 1만 원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1인 가구나 바쁜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고급 소재 의류나 라텍스, 침구류 등 가정에서 관리하기 힘든 고가의 제품을 맡기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올 1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접수된 세탁전문업체 관련 민원은 총 105건이었다. 세탁물 이염, 물빠짐, 변형 등 파손 피해가 83건(79%)이었으며 도난 및 분실 피해가 17건(16.1%) 서비스 등 기타 5건(4.8%) 순이었다.
▲ 전문 세탁업체에 세탁을 맡겼다 훼손된 의류.

크린토피아, 크린에이드, 크린월드 등 국내 세탁 전문업체들은 분쟁 발생 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해 보상한다.

관련 규정에는 분실이나 파손, 변질 등에 대한 피해보상을 '구입가'를 기준으로 감가상각해 산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단 세탁물의 손상 등에 대해 고객도 일부 책임이 있는 경우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한 후 보상한다.

이는 일반 개인 세탁사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나 품명, 구입가격, 구입일 등을 소비자가 직접 입증하지 못할 경우 '세탁금액의 20배'를 배상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렇다 보니 고가의 제품(세탁비용 1만 원)을 맡겼다가 피해를 볼 경우 최고 20만 원까지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고가의 세탁물을 맡길 경우 인수증을 꼼꼼히 작성하거나 의류나 이불 등 구매 영수증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영수증을 일일이 보관하는 경우는 드물뿐더러 보상 규정 내용을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 150만 원 상당 라텍스 파손 후 20만 원 보상

소비자 박 모(여)씨는 150만 원 상당의 침구류 제품을 세탁업체에 맡겼다가 파손돼 보상범위를 두고 업체 측과 마찰을 빚었다.

평소 이용하던 세탁업체에 침구류 세탁 가능여부를 확인하고 일반 의류와 함께 맡겼다는 박 씨. 며칠 뒤 찾으러 갔지만 의류만 건넸다. 시간이 더 걸리나 보다 싶어 그냥 집으로 돌아왔지만 얼마 뒤 제품이 파손돼 보상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국내에 동일한 제품을 구할 수 없어 현금으로 배상해 줄 것을 요구하자 영수증을 주면 감가상각해 보상하겠다고 했다. 1년 전 해외에서 구입해 영수증이 없다고 하자 '규정'에 따라 세탁금액의 20배까지 보상하겠다고 했다.

박 씨가 납득하지 못하자 현행법상 명시된 부분이라 영수증이 없을 경우 방법이 없다며 잘랐다.

박 씨는 "1년 전 해외에서 구입해 영수증도 없을뿐더러 누가 세탁 맡기면서 영수증 유무를 확인하느냐"며 "150만 원이 넘는 제품인데 규정상 최대 20만 원까지만 보상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인수증에 가격을 기재하지 않았거나 영수증이 없는 경우 세탁비의 20배까지 보상하고 있다"며 "단 소비자가 다른 방법으로 필요 사항을 입증하는 경우 정상적인 보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블라우스 여기저기 구멍 숭숭..영수증 없어 보상은 반값

인천 논현동에 사는 고 모(여)씨도 개인세탁소에 린넨 블라우스를 맡겼다가 여러군데 구멍이 생겨 마찰을 빚었다.

주말에 지인의 결혼식에 입고 가기 위해 두 번 밖에 입지 않은 거의 새제품을 맡겼다는 고 씨. 며칠 뒤 함께 맡긴 의류들과 함께 가져와 정리하던 중 블라우스 여기저기에 생긴 구멍을 발견했다.
▲ 세탁 후 여기저기 구멍이 뚫어진 블라우스.
곧바로 세탁소에 제품을 들고가 따지자 원래 구멍이 뚫린 제품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화가 난 고 씨가 "구멍 난 옷을 수선을 맡기지 세탁을 맡기겠냐"며 따지자 그제야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보상 금액이 문제였다. 구멍이 여기저기 나있어 수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고 씨는 전액 환불을 요구했지만 세탁소 측은 영수증을 보여주면 감가상각해 보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영수증이나 택(Tag) 등 제품 가격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었고 세탁비(3천 원)의 20배인 6만 원 상당을 보상받았다고.

고 씨는 "분명히 맡길 때 아무 이상 없는 걸 확인했는데 송곳으로 뚫어 놓은 듯 멀쩡한 옷 여기저기에 구멍이 나있었다"며 "영수증 없다고 옷 가격의 반도 안되는 금액을 보상이라고 받았다"며 씁쓸해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