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들 배당잔치 벌이면서 고용은 줄여
2015-09-15 김문수 기자
최근 5년간 은행의 배당성향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고용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정무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서울 양천갑 지역위원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 배당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6년간 국내은행 배당총액은 17조7천410억 원, 은행계 5대 지주사의 배당총액은 6조842억 원에 달한다. 지난 6년 배당성향 평균은 각각 37.1%, 31%로 나타났다.
2014년 배당성향은 43.9%로 전년(33.4%) 대비 10.5%p 증가했다. 사상 최대의 배당잔치를 벌인 2010년(51.5%) 이후 최대치였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에 대한 현금배당금의 비율을 말한다.
18개 국내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6조245억 원을 벌어 들였고, 이 중 2조6천419억 원을 올해 3월 주총에서 현금 배당했다.
2010년 하나은행이 모기업인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당기순이익(9천851억원)의 두 배(196.3%)에 가까운 1조9천342억원을 배당한 것을 감안하면, 작년 배당성향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배당성향 1위는 영국계 SC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SC은행으로 무려 279.3%라는 초고액 배당잔치를 벌였다. SC은행은 552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지만 1천500억 원의 배당을 실시한 것이다. 모기업인 SC금융지주는 당기순이익의 네 배(배당성향 369%)에 달하는 5천억 원의 배당금을 영국 본사에 송금했다.
배당성향 2위는 농협으로 2천17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 들여, 이 중 95%인 2천61억 원을 배당했다.
특수은행으로 분류되는 농협은 2008년 금융위기부터 매년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다. 배당성향 3위와 4위는 우리은행과 씨티은행으로 각각 73.6%, 42.3%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해당 은행 역사상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지방은행으로는 부산은행이 당기순이익(3천323억 원)의 120.4%에 달하는 4천억 원을 배당해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이번에 통합한 하나와 외환은행은 똑같이 당기순이익의 30%를 배당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당기순이익(943억원)의 두 배(184.4%)에 가까운 1천739억원을 배당했다. 하나금융지주는 2012~13년 연속 1천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1천억 원 이상의 배당을 했다.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은 68%에 달한다.
한편 이들 은행은 대부분 고용창출에 인색하거나 심지어 줄이는 곳도 적지 않았다. 7대 시중은행은 15년 상반기 기준 7만3천122명을 고용하고 있다. 2009년에 비해 2천234명(3%)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이다.
2008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국민은행은 5천319명(21%)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인건비를 절감하고 배당은 늘였지만 신규채용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배당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SC은행의 고용은 2010년에 비해 17.7%(1093명) 감소했다. 씨티은행도 지난 3년 간 17.6%(761명)나 고용을 줄였다.
최근 통합한 하나와 외환은행도 작년부터 고용을 줄이고 있다. 사실상 흡수된 외환은행은 최근 1년 반 동안 전체직원의 10%인 763명을 감소시켰다.
이에 대해 김기준 의원은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문제로 온 국민이 힘겨워 하는 시기에, 사상최대의 고배당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들 은행은 최근 경영이 어렵다는 핑계로 수천 명의 베이비부모 세대 직원들을 내쫓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기준 의원은 이어 “최근 금융당국은 배당은 자율결정 사항이라며 은행의 고배당을 더 부추기고 있다”며 “지금은 배당을 늘릴 때가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부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