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보험 상품 자율화? 불완전 판매 전초전될라

2015-10-19     김문수 기자
금융당국이 상품 ‘사후보고제 전환’ 등 보험 규제 개혁을 추진함에 따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상품 개발 및 보험료에 대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겠다고 예고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자율경쟁을 유도해 보험 소비자 권익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22년만의 개혁 추진 으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는 상품 사전신고제를 폐지하고 사후 보고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상품 자율화로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져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다.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는 상품들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앞서 보험사들이 판매한 자율상품들은 보험상품 상시감시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상품명을 변경하는 등 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이에 따라 제도 정착 전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꼼꼼히 걸러내야 한다는 게 소비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앞서 1일부터 동부생명의 ‘변액유니버셜 세번받는 CI종신보험’은 ‘변액유니버셜 세 번 받을 수 있는 CI종신보험’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중대한질병, 중대한 수술, 중증치매 등 세가지를 충족해야 세번 받을 수 있는 진단보장을, 마치 ‘중대한질병 발생시 세 번이나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상반기 자율상품 집중심사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문제점이었다. 

지난 4월에는 신한생명의 ‘연금 미리받는 종신보험’이 ‘연금 미리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상품명으로 인해 계약자가 무조건 연금을 받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당 상품은 자율상품으로 당시 사전신고 대상인 종신보험 선지급 특약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기존에는 새로운 제도성 특약이나 새로운 위험률 창조, 방카슈랑스 상품 등이 사전신고 대상이었다. 제도성 특약이란 보장여부와는 상관없이 보험인수, 보험료 할인, 보험금 지급방법 등과 관련한 특약으로 별도의 추가 보험료를 받지 않는 또 상품이다.

이러한 제도성 특약 등 사전신고 상품은 전체 상품의 15~2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사전신고 폐지에 따라 새 상품을 개발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할 예정이어서 사전신고는 전체의 5%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상품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말 미래에셋생명이 '연금받는 종신보험'을 출시했다가 이후 금감원의 지도로 '연금 전환되는 변액종신보험'으로 명칭을 바꿨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에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9개 상품에 대한 판매를 전격 중단시키고 리콜 조치하기도 했다. 중도급부금 특약(가입자가 정한 시점에 기납입보험료 50%를 일시금으로 찾는 것)이 있으면서 연금전환이 가능한 종신보험 상품이 허위과장 판매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동부생명 ‘더스마트연금플러스유니버셜종신보험’, 동양생명 ‘수호천사은퇴플러스통합종신보험’, 미래에셋생명 ‘연금전환되는종신보험’, 신한생명 ‘행복한평생안심보험’, DGB생명(옛 우리아비바생명) ‘노후사랑종신보험’, 현대라이프 ‘현대라이프종신보험-생활자금형’, 흥국생명 ‘평생보장보험U3’, KB생명 ‘라이프사이클종신보험’, KDB ‘연금타실수있는종신보험’ 등 9개 상품으로 모두 자율상품이었고 향후 검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보험사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넘겨주고 건전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상품 사후보고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금융당국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이를 통해 문제점이 드러난 상품들은 기존보다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은 “발표 내용에는 담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