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 화장실 악취 진동, 이용자 불만 터져

출퇴근 등으로 승객 늘지만 시설 낙후로 불쾌감 극에 달해

2015-10-27     안형일 기자
# 항공기 이착륙 수준의 소음 부산에 사는 임 모(남)씨는 아이들과 무궁화호 가족석을 이용했다가 낭패를 봤다. 문쪽에 위치한 가족석이었는데 승무원과 탑승객들이 화장실을 오갈 때마다 문이 '쾅'하고 닫혔고 열릴때 마다 화장실 냄새가 진동했다. 승무원에게 항의했지만 "오래된 기차기 때문"이라며 도망가듯 자리를 피했다. 문 닫히는 소리가 워낙 커 소음 측정기 어플을 다운받아 실험해 보니 95데시벨을 기록했다는 게 임 씨의 설명. 95데시벨은 항공기 이착륙 및 굴삭기 90데시벨을 상회하는 수준. 임 씨는 "갈 때는 4인 가격 6만 원짜리 S트레인을 이용했는데 별문제 없었다"며 "무궁화호 가족석이 5만 원 가량인데 1만 원의 가격차이에 이렇게 열악한 시설을 이용하게 될 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 코를 찌르는 화장실 악취 무궁화호로 출퇴근을 한다는 경기도 수원에 사는 우 모(남)는 매번 악취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상황에 따라 냄새의 강도는 달랐지만 화장실 방향 문쪽에서 가게 되는 날이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우 씨는 "교통체증 없이 출퇴근하려고 어쩔 수 없이 이용은 하지만 악취 등 시설 전반이 상당히 불쾌한 수준"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기본적인 시설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무궁화호의 낙후된 시설에 대한 이용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소음과 악취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는데 특히 화장실 쪽 문간 근처인 경우 상황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북카페 등 이벤트 형식의 열차 개조보다는 기본적인 시설 개선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 홈페이지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무궁화호 객차수는 896량이었으며 이중 차령이 16년 이상된 객차수는 470여 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5년 10월 집계된 객차수는 859량으로 37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량은 객차 1칸을 의미한다.

무궁화호의 객차수은 줄었지만 이용객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궁화호 수송 실적은 2009년 5천451만8천 명에서 꾸준히 늘어 2013년 6천412만4천 명을 기록했다. 2013년 KTX 이용객 5천474만4천 명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는 수도권 지역에 주거지 이전이 활성화되면서 출퇴근 이용객들과 등하교 학생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송객이 늘어남에 따라 매출도 크게 늘었다. 무궁화호 수송이익은 2009년 3천128억 원에서 2013년 3천726억 원으로 증가했다.

객차량은 줄어드는 반면 이용객수는 늘다 보니 화장실 악취나 소음 등 피해가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과거에는 화장실 배설물을 철로 밖으로 투기했지만 지금은 종착역까지 차내에 보관하고 있는 점이 악취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코레일 측은 지난 2010년 구새마을호와 무궁화호 100여 대에 친환경 소변기를 설치했었다. 물을 사용하는 대신 세정제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는데 관리의 어려움으로 추가 설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 국토부 낡은 열차 조기 퇴출 개정안 내놨지만 코레일 측 "현재로썬 대응책 없다" 방관

이 같은 악취 및 소음 등 낙후된 시설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지난 20일 국토교통부는 낡은 열차의 조기 퇴출과 관련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운행한 지 20년 이상 된 철도차량은 성능평가를 통해 잔존수명만큼만 운행할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차량의 수명 기준이 내구연한에서 기대수명으로 바뀐다. 기대수명이란 철도차량을 제작했을 때 기대했던 성능을 유지하며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점검을 통해 40년까지 운행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기대수명에 따라 운행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 30년 이상 된 차량에 대해서는 향후 4년 이내에 퇴출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변재일 위원이 지난 9월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이 보유한 열차 중 내구연한이 지난 열차는 총 89대였다.

하지만 출퇴근 또는 등하교 등 상시로 열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퇴출 시기와 상관 없이 시설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코레일 관계자는 "수원-서울 노선처럼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구간에는 별도로 청소 인력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며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관계로 악취 관련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후 열차 조기 퇴출과 관련해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운항이 중단된 만큼의 객차량 확보 등 계획을 세울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