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변액보험 표준약관 제정 올스톱, 소비자 뒷전

금감원 추진안 금융위 경쟁력강화에 부딪쳐 전면 중단

2015-10-29     김문수 기자
금융감독원(원장 진웅섭)에서 금융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개월간 추진하던 변액보험 표준약관(시행세칙) 제정이 잠정 중단됐다. 상부기관인 금융위원회(위원장 임종룡)의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에 부딪힌 탓이다.

결국 변액보험 상품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불완전 판매' 위험에 노출된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적 보완 마련은 다시금 미뤄지게 됐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초 변액보험 표준약관을 제정한다고 밝혔다가 약관제정 추진을 잠정 중단했다. 9월 말 변액보험 표준약관 초안을 완성했으나 시행세칙 변경예고는 잠정 보류된 상태다. 

금융위원회에서 원칙적으로 당국이 직접 규율하는 표준약관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보험산업 경쟁력강화 로드맵 발표에서 '10개 표준약관 중 자동차, 실손의료보험을 제외한 모든 보험상품 표준약관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보호 등 규제가 필요한 사항은 약관준수 사항 등으로만 규범화하겠다는 것.

현재 보험업계는 생명, 손해, 질병 및 상해, 자동차, 실손의료 등 10개의 표준약관을 운영중이다. 변액보험 표준약관이 제정되면 11개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문제는 변액보험은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품이라는 점이다.

변액보험은 자산운용 수익률에 따라 보험금이 결정되는 등 일반 보험 상품에 비해 구조가 복잡할 뿐 아니라 실적배당형 상품이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

또한 보험사별로 변액보험약관 운영체계와 기술방식이 달라 소비자 이해도가 낮은 편이다.

실제 보험개발원의 지난해 상반기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 실시결과, 변액보험은 53.6점(미흡)으로 소비자 이해도가 낮았다. 올해 상반기 보험약관 이해도평가에서 암보험(22개)의 경우 70.4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것과 대조된다.

이 같은 이유로 금감원에서는 올해 초부터 소비자가 변액보험 상품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약관 마련에 나섰다. 아울러 변액보험과 관련한 내용을 가입자들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만화캐릭터와 삽화가 담긴 '요약 설명서'도 함께 제작키로 했었다.

이를 위해 올해 2월 5개 생명보험회사, 생명보험협회,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테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총 7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다. 지난 8월 초안을 완성한 뒤 업계와 학계,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9월에 표준약관 초안을 마련했었다.

하지만 금융위에서 최근 실손의료, 자동차보험 등 표준화 필요성이 큰 상품만 표준약관을 최소화해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변액보험 표준약관 제정은 전면 중단됐다.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원 취지는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2008년, 2011년 등 여러해에 걸쳐 변액보험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졌다”며 “상품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들을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로드맵 발표 이후 표준안 제정이 중단된 상태”라며 “11월에 표준약관정비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변액보험 관련해 표준약관을 제정할지, 감독규정에 담는 형태로 방향을 잡을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