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민원건수 공개정책에 은행권만 '미적미적'
금융감독원이 올 상반기부터 금융사의 민원건수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나 은행권은 이에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3분기 민원건수를 공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은행권은 홈페이지에 민원건수를 실은 곳이 44%에 그쳤다.
민원을 재분류하느라 공개가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민원건수가 훨씬 더 많은 보험업계의 경우 민원건수 공개율이 100%였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주요 금융사 53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홈페이지에 지난 3분기 민원건수를 공개한 은행은 16개 중 7곳에 불과했다.
보험은 20개사 모두가 민원건수를 공시했고, 카드도 7개사가 100% 민원현황을 공개했다. 증권사는 조사대상 10개사 중 삼성증권(대표 윤용암)을 제외한 90%가 민원건수를 공개했다. 보험, 카드, 증권업계는 은행권보다 적극적으로 민원현황을 공개한 것이다.
지난 3분기 민원건수를 공개한 은행은 KEB하나은행(행장 함영주)과 신한은행(행장 조용병), NH농협은행(행장 김주하), IBK기업은행(행장 권선주), KDB산업은행(회장 홍기택), 수협은행(행장 이원태), 전북은행(행장 임용택) 등 7곳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분기 116건에서 3분기 103건으로 민원건수가 11.2% 감소했다. 지난 9월1일자로 통합된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의 민원건수를 단순 합계했다.
KEB하나은행은 자체적으로 집계한 민원건수가 79건에서 69건으로 12.7% 줄었고, 대외민원도 24건에서 22건으로 감소했다. 대외민원은 금감원 등 타 기관에서 접수돼 이첩되거나 사실조회를 요청한 민원을 말한다.
신한은행은 132건에서 126건으로 4.5% 줄었다. NH농협은행은 181건에서 168건으로 7.2% 감소했다.
IBK기업은행도 같은 기간동안 민원건수가 76건에서 75건으로 1.3% 감소했다. 전북은행도 13건에서 2건으로 84.6%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협은행은 13건에서 7건으로 46% 줄었다.
KDB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라 금감원이 진행중인 민원발생평가대상은 아니지만, 지난 3분기 민원건수가 2건으로 2분기(6건)보다 67%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KB국민은행(행장 윤종규)은 11일 민원건수를 공시했다. 국민은행은 민원건수가 2분기 178건에서 3분기 150건으로 15.7% 감소했다. 이를 고객 10만명단 건수로 환산할 경우 0.6건에서 0.5건으로 16% 넘게 줄어든 것이다. 국민은행 측은 민원해소 노력이 성과를 낸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은행(행장 이광구)은 아직 3분기 민원건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 민원건수를 공개하지 않은 은행들은 "민원을 재분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오래 걸리면 이달 말에야 회사 홈페이지에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도 "협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민원건수 중 회사별로 민원으로 취급하지 않는 사례가 있어, 실무 작업이 일찍 끝난 은행만 3분기 수치가 공개된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부터 각 금융사의 홈페이지에 소비자포털 등의 창구를 만들어 민원건수를 공시하도록 했다. 금융사들이 업권별 협회 홈페이지 뿐 아니라 회사 홈페이지에도 분기마다 민원현항을 공개함으로써 소비자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삼성화재(대표 안민수)나 현대해상(대표 이철영.박찬종)은 분기 민원건수만 해도 1천건이 넘는다. 교보생명(회장 신창재)과 한화생명(대표 차남규)은 지난 3분기 민원건수가 800건대였다.
은행권은 16개 은행을 통틀어 지난 3분기 민원건수가 400여건으로 추정된다. 회사별로 민원건수를 재분류하다보면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426건보다 더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기말이 지나고 한 달간 준비과정을 거쳐 월초부터 민원건수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은행권의 경우 민원건수를 조기에 공개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