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한번 입고 보풀 투성이, 소비자 과실?

생활상 마찰로 간주해 보상 無...'관능검사' 의존 심의도 한계

2015-11-27     조윤주 기자

# 마찰 없이 내의 입으라고? 대구 동구에 사는 장 모(여)씨는 홈쇼핑에서 아디다스 내의 3세트를 11만9천원에 구매했다. 내의 바지만 입고 나들이를 다녀왔는데 무릎, 허벅지 안쪽 부위에 보풀이 다 일어났다.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마찰에 의해 생긴 보풀이라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장 씨는 “내의는 당연히 옷 안에 겹쳐 입는 건데 마찰이 안 생길 수 없지 않느냐”며 원단 문제라고 지적했다.

# 입기만 하면 보풀 생기는 데 '정상' 판정 경북 구미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최근 새로 산 골프 치마를 입고 라운딩을 다녀왔는데 엉덩이 부분에 보풀이 심하게 일었다. AS를 맡겨 보풀을 제거했지만 다음 라운딩 후에도 보풀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였다. 본사를 통해 진행한 심의에서도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김 씨는 “골프웨어를 계속 입어 왔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 유독 이 제품만 그렇다면 원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억울해했다.

새로 산 옷에서 보풀이 일어 입지 못할 지경이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원단 문제이기 때문에 보풀 제거 AS를 받아도 결국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소비자 주장에대해 대부분 제조사는 
생활상 마찰에 의한 현상이므로 제품 하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갈등을 빚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의류에 난 보풀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소비자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나이키,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K2, 네파, 컬럼비아 등 스포츠 브랜드, 아웃도어등 보풀 문제가 발생하는 브랜드도 다양하다. 제품 불량이 의심되는 데 제조사 측이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는 게 공통된 내용이다.

▲ 한번 세탁후 보풀이 잔뜩 핀 트레이닝 셔츠(왼쪽)와 3번 입고 특정 부위에 보풀이 일어 입지 못하게 된 고급 양복.

고가의 코트나 정장뿐 아니라 트레이닝복, 내의 등 기능성 의류도 몇 번 착용하지 않았는데 보풀이 피었다는 내용이 상당수다. 특히 착용 후 액티브한 활동이 많을 거라 예상되는 스포츠의류나 아웃도어 등 기능성 의류까지  제조사들은 생활마찰을 원인으로 들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소비자들은 아무런 마찰 없이 어떻게 옷을 입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생활상의 마찰'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지극히 업체 위주의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문제를 제기해도 "개별 사안이고 특별히 심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제품"이라며 까다로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 일쑤다. 

소비자가 의문을 품고 직접 제3심의기관에 접수해 ‘내구성 불량’이라는 판정을 받아도 업체들이 개인적으로 처리한 심의에 대해서는 결과를 인정해줄 수 없다고 선을 긋는 경우도 많아 손 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 관능검사로 이뤄지는 심의, 원인규명에 한계

의류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면 제조사를 통해 심의기관에 보내 불량 여부를 판별하게 된다.

섬유제품전문가의 심의나 시험검사(필링테스트)에서 단위면적당 일정 수 이상의 보풀이 발생하면 하자로 인정된다. 보통 보풀 3-4급 이상은 하자로 환불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심의기관의 심사가 '관능검사'에 그쳐 원인 규명에 사실상 한계가 있다.

정확한 실험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는 방식이라 정확한 결과를 담보하지 못한다.

의류 연구소에 
보내 필링시험(보푸라기 발생 정도를 알아보는 것)을 해볼 수 있지만 이 경우 동일한 원단이 필요해 의류를 파기해야 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다.

피해 소비자들은 "실질적인 원단 조직 검사가 아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정상적인 생활상의 마찰 범주라고 판단해 모조리 소비자 책임으로 떠밀고 있다. 몇 천원짜리 제품도 아니고 몇 십만원짜리 고가 브랜드를 만드는 업체들이 기본적인 책임감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