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정부 권유 받고 동부제철 인수할까?...열연설비가 '걸림돌'
현대제철(대표이사 우유철)이 동부제철(대표이사 김창수) 인수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철강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현대제철에 동부제철 인수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적잖은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은 최근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매각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매각을 서두르기 위해 당진공장 분리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설비가 노후화되고 수익성이 낮아 인수가치가 떨어지는 인천공장을 빼고 당진공장만 매각하면 새주인 찾기가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내년 2월까지 새 주인을 찾겠다는 것이 채권단의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공식적으로 "동부제철 인수에 따른 실익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동부제철 당진공장 인수를 현대제철에 권유한 것이 그 배경으로 전해진다.
현대제철이 당진 동부제철 공장 인수 유력 후보로 계속 거론되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현대제철과 동부제철 공장은 둘 다 당진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까운 위치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상공정 → 하공정 →고객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또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을 생산하는 설비인 CGL(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설비)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생산량은 연간 500만 톤으로 현대기아차의 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 CGL 설비를 놓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동부제철 당진공장은 CGL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현대기아차에 차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동부제철 당진공장을 인수하면 당장 고민거리를 덜 수 있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동부제철을 인수할 수 있는 철강사는 현대제철이 유일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포스코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어서 동부제철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부제철 인수는 생각도 않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라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기반으로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선전 중이고, 동부제철을 인수할 자금여력도 충분하다.
현대제철이 동부제철 당진공장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는 또 있다. 냉연도금재 부문의 사업 다각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은 열연, 냉연, 봉형강, 특수강 등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하지만 냉연도금재는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자동차강판에 특화돼 있어 타 냉연도금재 생산량 자체가 적다. 동부제철 당진 냉연공장은 냉연강판(CR), 용융아연도금강판(GI), 전기아연도금강판(EGI), 석도강판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이러한 제품들은 현대제철의 국내 냉연도금시장 점유율 증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전기로 열연설비가 걸림돌이다. 전기로에서 생산한 열연제품은 수익성이 낮아 포스코마저도 전기로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제철의 입장에서는 전기로 열연설비를 인수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로서는 동부제철 냉연공장은 인수시너지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열연공장은 시너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현대제철이 동부제철 냉연공장만을 구매하는 안을 채권단에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이 같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동부제철 당진공장 인수를 결정할 지 결과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