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공포에 항공권 취소 사태...수수료 갈등 커져
"목숨 담보로 여행 강행" vs. "날짜 · 행선지 변경 수수료 면제가 최선"
2015-12-04 안형일 기자
# 전북 군산시에 사는 이 모(여)씨 역시 연말에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가 안전을 생각해 일정을 취소하게 됐다. 파리 테러 이후 이 씨 일행의 주 여행지인 이태리 로마도 테러가 예고됐기 때문이었다. 항공사 측에 문의하자 날짜 변경이나 유럽 내 행선지 변경 수수료만 감면된다고 안내했다. 이 씨는 "파리뿐만이 아니라 유럽 전체가 테러 공포에 떨고 있는데 장소 변경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항공사 측에서 수수료 감면 등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 테러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여행을 취소하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1월 15일까지 테러 전에 발권한 파리 관련 항공권에 대해 '날짜 변경이나 행선지 변경 수수료를 면제' 해주는 자발적인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항공권 취소 수수료만큼은 규정대로 부과하고 있어 소비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
소비자들은 테러로 인한 사망자 등 실질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취소하는 상황인 만큼 규정대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유럽 주요국이 테러 가능 범위 안에 있으며 일부 국가는 실제 테러가 예고된 상황에서 유럽 내 행선지나 날짜 변경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장거리인 유럽 노선 항공권이 상대적으로 비싼만큼 수수료 금액도 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메르스 악재와 국내 LCC와의 경쟁으로 경영 상황이 어려운 항공사 입장에선 날짜 및 행선지 변경 수수료 면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항공권 취소의 경우 매출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8조 6천2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8조 9천595억 원보다 3.7% 감소했다. 순손익은 1천859억 원 적자에서 7천952억 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매출액은 4조 2천800억 원으로 작년 4조 3천493억 원에서 1.6% 줄었으며 순손익은 지난해 448억 원 적자에서 879억 원으로 역시 적자폭이 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파리 테러 이후 여행객들의 입장을 고려해 날짜 변경 및 행선지 변경 수수료 감면 방안을 발표했다"며 "현재 파리를 비롯한 유럽 쪽 상황과 분위기를 살피고 있는데 막상 현지 분위기는 일상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여행 취소 수수료 부과 여부는 외교부의 여행경보단계에 달려 있다. 외교부는 각 나라의 상황이나 자연재해 등 요소들을 감안해 4단계로 나눠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 여행유의 ▶ 여행자제 ▶ 여행제한 ▶ 여행금지 4단계 중 3단계인 여행제한 이상의 등급으로 지정되면 수수료를 면제 받을 수 있다. 요컨대 위험한 곳이라는 소비자 개인의 판단만으로는 현행법상 수수료를 면제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현재 프랑스 수도권 지역에 2단계인 여행자제, 나머지 지역에는 1단계인 여행유의를 발령한 상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