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 중국에도 후판값 인하 요구...철강업계 '한숨'

2015-12-24     김국헌 기자

국내 철강사에 후판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철강업체들에게도 큰 폭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세계적으로 철강 과잉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이유로 후판가격 낮추기에 나섬에 따라 철강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 철강사들과 내년 1분기 후판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 4분기 톤당 400달러 수준이던 후판가격을 300달러 중후반대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중국 철강사들은 400달러 밑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사상 최초로 올해 조단위 영업손실이 유력한 현대중공업(대표 최길선), 삼성중공업(대표 박대영), 대우조선해양(대표 정성립) 등 3사는 위기극복을 위해 임원들이 월급을 반납하거나 직원 수를 줄이고, 긴축경영에 나서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조선사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선박 건조 원가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톤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진 점을 인하의 주된 이유로 삼고 있다. 국제가격이 50달러 이상일 때 생산된 철광석으로 만들어진 후판은 이미 4분기에 투입됐고, 내년 1분기에는 40달러 이하의 가격이 반영되므로 후판값을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미 적자판매를 감수하고 있는 중국 철강사들은 조선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중국 철강사들은 톤당 400달러 밑은 한계원가 이하에 판매하는 것으로 팔면 팔수록 적자폭 심화가 불가피하다.

국내 조선사들은 공급과잉 시장에서 한국산, 중국산, 일본산 등 후판을 구매할 곳이 넘쳐나므로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사들과의 4분기 후판가격협상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국산 조선용 후판가격은 톤당 60만원 대로 추정되며, 국내 조선사들은 여기서 20% 수준의 가격인하를 국내 철강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일본 철강사들과도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인데 전분기 대비 10% 수준의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조선3사는 전세계에서 가장 후판을 많이 사는 우량고객"이라며 "한중일 철강업체들로써는 후판 공급과잉인 시장에서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급락, 조 단위 손실까지 겹친 국내 조선사들의 후판가격 인하요구를 막아낼 명분이 사실상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