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샘플 화장품 주의보...동본된 '본품'과 구별해야

2016-01-08     조윤주 기자

# 사례1.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해 10월 나드리화장품 총판업체인 앙띠브코스메틱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즉슨 나드리화장품서 홈쇼핑사업을 시작하며 홍보차원에서 무료 샘플을 보내주고 있다는 것. 일체 비용 부담 없이 써 보라고 했었다는 게 이 씨 주장이다. 그러나 보내온 택배상자를 뜯어보니 샘플과 본품이 함께 있었다. 첨부된 안내서에는 본제품 사용 시 29만8천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씨는 “나는 다행히 본품을 뜯지 않았지만 주의하지 않았다면 원치도 않는 화장품을 비싼 값에 떠안을 뻔 했다”고 말했다.

# 사례2.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사는 조 모(여)씨 역시 앙띠브코스메틱 상담원으로부터 화장품 체험분을 무료로 보내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며칠 뒤 본품과 함께 샘플이 왔지만 서비스로 착각하고 아무 의심 없이 이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다시 전화가 와서는 함께 보낸 본품이 현재 59만8천 원에 판매되지만 50% 할인해 29만8천 원에 구매할 수 있다며 사용을 강요했다. 조 씨는 “우리처럼 나이 많은 사람을 상대로 얄팍한 상술을 쓰고 있다”며 “화장품 가격도 거품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1990년대 황금기를 보낸 ‘나드리화장품’이 최근 재기를 노리고 있지만 총판업체의 혼란을 줄 수 있는 영업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무료 샘플 화장품과 관련해 최근 3개월간 30여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무료체험이라거나 샘플만 써보라는 식으로 주소를 알아낸 후 본품을 함께 보내 결제를 유도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소비자들은 샘플을 빌미로 함께 보낸 본품의 박스를 개봉하면 고가의 화장품 값을 결제해야 하는 기만적 상술이라고 주장한다.

▲ 업체에서 화장품 무료 샘플(오른쪽)을 빌미로 본품(왼쪽)을 함께 보내 결제를 유도해 소비자들이 기만적 상술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홈쇼핑처럼 샘플과 본품을 함께 보내 샘플을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본품을 결제하도록 한다는 것. 샘플 체험 기간 후 소비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무료로 회수해간다고 강조했다.

총판업체인 앙띠브 코스메틱 관계자는 “오토콜을 통해 40~50대 여성인 소비자가 전화를 받으면 무료 샘플 사용 의견을 묻고 동의할 경우 제품을 보낸다”며 “이때 본품이 함께 동봉되지만 사용하지 않으려면 개봉하지 말라는 주의를 준다"고 입장을 밝혔다.

택배 박스 안에도 ‘안내의 말씀’이라는 문서를 첨부해 제품 사용과 본품 회수에 대한 안내를 충분히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화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업체에서 중요한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않거나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가 즉시 반품을 원해도 샘플 체험 기간인 2주 후에나 무료 회수가 이뤄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소비자들은 “본품을 사용하면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설명서가 동봉돼 있지만 이 설명서를 충실히 읽을 소비자가 몇이나 되겠느냐”며 “시정에 어두운 사람을 대상으로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업체 측은 동의를 받고 하루에도 수백건의 샘플을 발송하는데, 이중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몇 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통화할 때나 제품 내 안내서를 통해 본품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만 이를 허투루 듣고 업체에만 잘못을 모는 소비자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 전화판매 14일 이내 청약철회 가능 “본품 개봉하면 안돼”

전화권유판매는 직접 보고 이뤄지는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제품을 받아본 후에는 동봉된 안내문을 꼼꼼하게 읽고 원치 않을 경우 개봉해서는 안 된다.

전화권유판매의 경우 계약서나 상품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단 제품을 사용한 이후에는 청약철회가 거부될 수 있으므로 배송된 상태 그대로 반송해야 한다.


나드리화장품은 1979년 한국야쿠르트가 설립한 회사다. 이노센스, 헤르본 등을 히트시키며 연매출 1천억 원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외환위기 후 급격히 사세가 쪼그라들었다. 2006년 대상그룹 계열사인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 매각되는 등 경영권에 변동을 겪다 2012년 부도처리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