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공급과잉' 태양광사업에 뛰어든 자신감의 비결은?
LG전자(대표 구본준)가 태양광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정하고 통큰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자동차 전장부품과 태양광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복안이지만, 태양광사업도 전세계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아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LG전자는 수직공급구조가 가능하다는 강점을 배경으로 초고효율 프리미엄 시장 공략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3일 경상북도, 구미시와 '태양광 신규 생산라인 투자에 관한 MOU를 맺고, 2018년 상반기까지 5천272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 6개를 증설, 총 14개 생산라인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까지 발전용량을 1GW에서 1.8GW까지 80% 확대하고 2020년에는 3GW까지 늘려 4년 내 생산능력을 3배로 증설하겠다는 방침. 3GW는 가정집 1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연간 전력량과 맞먹는다.
LG전자는 올해부터 가전, TV 중심의 B2C에서 에너지와 자동차 전자부품(VC) 사업을 중심으로 B2B로의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사업과 자동차 전자부품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에너지 사업의 핵심은 태양광 사업이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은 한화그룹과 OCI그룹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가 실적부진으로 애를 먹고 있는 분야다. 전세계적으로 공급과잉이 벌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일부 업체들은 아예 사업을 접기도 했다.
태양광 사업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과 이를 가공해 만든 잉곳(원기둥)과 웨이퍼(원판), 그리고 이를 빛을 받아 전기로 변환하도록 구현한 태양전지, 여러 개 태양전지를 조합해 만든 태양광모듈, 태양광모듈을 모아 한 곳에 시공·설치한 태양광발전소로 나뉜다.
지난 4년여 동안 한국철강(대표 장세홍), 미리넷솔라(대표 이상철), 썬텍(대표 유석형), 코너지(독일기업), 오성엘에스티(강완모) 등 많은 업체들이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했다. GS E&R(대표 손영기) 역시 태양광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이다.
이들이 사업에서 철수한 것은 태양광 소재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등의 원재료 가격이 극심한 공급과잉으로 뚝뚝 떨어졌다. 2010년까지 kg당 100달러 이상이었던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현재 13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태양광 소재를 만들던 업체들은 지속된 손실로 사업에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태양광사업도 장치산업의 일종이다. 시장 자체가 기대처럼 쉽게 커지지가 않고 소재가격은 급락하고, 범용제품 시장에서 단가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며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 LG만이 가진 태양광 사업 특장점 두가지는?
그럼에도 LG전자가 태양광 사업에 자신감있게 통 큰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위의 업체들과 다른 특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는 '수직공급구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다. LG전자는 에너지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14년 11월 에너지사업센터를 신설했다.
에너지사업센터에는 ‘태양광’, ‘ESS(Energy Storage System)’, ‘EMS(Energy Management Solution)’, ‘Lighting’의 네가지 사업군이 있으며 이들은 제각각 다른 사업이 아니라 태양광으로 연결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태양광 사업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고', ESS 사업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하고, EMS 사업을 통해 에너지를 '관리'하며, Lighting 사업을 통해 LED 조명 등을 만들어 에너지를 '사용'한다. 태양에너지의 제작, 저장, 관리, 사용의 일괄 수직공급구조가 가능한 것은 오랜 전자사업을 영위하며 쌓여진 계열사들의 업력 때문이다.
LG는 그룹차원에서 LG전자, LG화학 등 계열사들을 위 네가지 사업영역에 연관시키고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수직공급구조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LG화학은 폴리실리콘 공장을 건설하면서 태양광 수직공급구조를 완성시키려 했지만 폴리실리콘 가격급락으로 인한 시장 악화로 7차례나 건설투자를 보류한 상태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워낙 바닥이어서 굳이 LG가 자체 생산하지 않고 외부에서 구매하는 것이 나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LG전자가 태양광사업에 나서는 두번째 이유는 프리미엄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다.
태양광 시장은 효율이 낮고 값이 싼 범용제품 시장과 고효율의 프리미엄 제품시장으로 나뉜다.
LG전자는 범용시장이 아닌 초고효율 프리미엄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6형대(15.67cm) N타입 60셀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인 19.5%의 초고효율 태양광 모듈 ‘네온2’를 국내 시장에 출시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LG전자는 1995년 태양광 연구를 시작으로 사업을 전개한 이래 2010년 첫 태양광 모듈을 출시한 바 있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분위기다.
LG전자 관계자는 "지금은 저유가 시대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태양광 시장이 향후 성장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며 "전세계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인센티브를 많이 주고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해놓으면 충분히 기회가 온다는 생각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부분 태양광 업체들이 16% 이하 저효율 범용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우리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초고효율 제품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 기후협정 타결 흐름을 타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태양광은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경제성이 가장 높아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양광 시장은 약 58GW로 2014년 44GW에 비해 약 31% 성장했다. 지난 2010년(약 20GW)과 비교하면 3배가량 시장이 확대됐다. 국내도 올해 20%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