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미국식 딜러제' 버리고 '한국식 직판제' 선택한 까닭은?
새로 부임한 한국지엠의 제임스 김 사장이 내수 점유율 10% 달성을 위해 판매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한국지엠은 전국 300여개 사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복수딜러제에서 직판제로 판매시스템을 변경했다.
제조사-딜러사-대리점-고객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유통구조를 제조사-대리점-고객으로 간소화해 고객과의 연결 통로를 강화한 셈이다. 고객의 소리를 좀 더 빠르게 들을 수 있고, 판매에 책임감도 부여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판매 증진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딜러 중심의 판매가 굳어져 있는 미국 시장과 달리, 제조사가 유통망을 직접 관리하고 책임지는 한국시장의 특성에 맞춰 판매방식을 바꿧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를 둘 수 있다.
한국지엠은 이미 내부 업무 조정을 통해 조직정비를 마친 상태다. 영업본부 내에 지역본부가 신설됐고, 여기에서 대리점 관할 구역을 배정했다. 대리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담팀도 새로이 꾸몄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0년 초까지 대우자동차판매와 단독 총판 계약을 맺고 대우자판이 자동차를 판매하는 시스템을 고수해왔다. 과거 대우자동차와 대우자판이 같은 그룹 계열사일 때 맺어진 관계를 그대로 승계한 셈이지만, 별개 회사가 된 이후로는 그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
또 당시 대우자판은 차량 판매사업 뿐 아니라 건설업도 영위하고 있었는데 건설업 사업이 안좋아지면서 대우자판이 자동차를 판매한 대금을 건설사업 부실을 막는데 쓰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국지엠은 이로 인해 입금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지자 단독 총판제를 복수 딜러제로 바꾸고 5년 가까이 이를 유지해왔다.
복수 딜러제는 미국, 중국 등 시장이 큰 나라의 자동차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판매시스템이다. 5년 이상 복수 딜러제를 운용해본 결과 시장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한국과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이 한국진출 후 처음으로 직판제를 구축함으로써 판매망 관리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직판 시스템은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자동차사들이 이미 채택해 국내에서는 효용성이 이미 입증된 판매체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판매망 일부를 직접 운영해 직접 판매를 보다 강화한 형태로 운영을 하기도 한다. 현대기아차는 회사의 영업사원이 전체 판매사원의 40%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내수에 사활을 걸겠다는 생각으로 보다 효율적인 판매 프로세스 확립을 위해 판매체제를 뜯어 고친 것"이라며 "직판제 도입으로 내수시장 판매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지엠은 지난해 15만8천 대를 내수에서 팔면서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내수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