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어라운드 성공한 동국제강, 남은 숙제는?

2016-02-12     김국헌 기자

동국제강(대표 장세욱)이 지난해 호조의 경영실적을 기록하며 한숨을 돌렸다. 장세주 회장의 부재, 지속되는 적자, 브라질 제철소 착공 지연 등으로 모두의 우려를 샀던 동국제강이지만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함으로써 회사 경쟁력을 입증했고, 구조조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할 브라질 제철소라는 커다란 산이 남아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4조4천896억 원, 영업이익 1천34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흑자전환했고, 3분기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은 151억 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으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도 1천9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4년과 비교하면 실적 개선세가 확연하다. 별도기준 지난 2014년 영업손실은 670억원이었으며, 당기순손실은 2299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4년 대비 매출은 24.6%나 뛰었다. 지난해 말 부채 비율은 153.6%로 2014년 말 177.6% 대비 24.1%포인트 낮췄다.

이러한 실적개선의 비결에는 1) 유니온스틸과의 합병 시너지 본격화 2) 을지로 페럼타워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 3) 후판 구조조정 등이 꼽힌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존 열연 제품에서 냉연 제품까지 확대했다.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 페럼타워를 매각하고 포항 2후판 공장을 정리하여 후판을 당진공장으로 집약하는 등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했다.

이 결과 동국제강은 지난해 4분기부터 만성적인 적자였던 후판 사업의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췄다. 또 비핵심 자산 매각과 함께 차입금을 적극 상환하며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의 노력으로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노사 가릴 것 없이 전 임직원이 하나가 되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한마음으로 움직인 것도 흑자전환의 배경이다.

동국제강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했다. 포항제강소에 신개념 철근인 코일철근 라인을 투자했고, 부산공장의 프리미엄 컬러강판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도 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2분기보다 3분기, 3분기보다 4분기 흑자폭이 올라갔다. 지난해 완벽한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또 "사옥 매각, 후판 공장 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할 때 세간의 안좋은 인식들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구조조정이었다는 것을 증명한 한해"라고 설명했다.

▲ 자료: 동국제강

동국제강의 이러한 성과는 매우 긍정적이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커다란 숙제가 남아있다. 바로 브라질 CSP 제철소다.

브라질 CSP 제철소는 동국제강이 후판 자가생산을 하기 위해 10년 이상의 노력 끝에 지어지고 있는 투자의 핵심이다. 동국제강은 자체 고로가 없기 때문에 후판 소재인 슬래브를 타 철강업체들로부터 구매해서 후판을 만든다. CSP로부터 슬래브를 받아 후판을 자가 생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분위기다.

행정절차 등으로 인한 공사 지연, 열악한 철강시황, 장 회장의 부재 등으로 가동시기를 1분기에서 2분기로 지연했다. 그 중에 장 회장의 부재가 가장 큰 아킬레스 건으로 다가오고 있다.

회사는 장세주 회장이 지난 5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어 리더십 부재를 겪고 있다. 장 회장은 10년 넘게 브라질 CSP제철소 프로젝트를 기획단계부터 주도해온 인물이다. 장세주 회장은 룰라 전 대통령이나 호세프 대통령 등을 직접 만나 제철소 건설 지원 약속을 직접 받는 등 가장 직접적으로 CSP 제철소와 연관을 맺고 있다.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브라질 정부로부터 각종 인프라 지원을 약속 받았던 장 회장의 공백으로 인해 브라질 연방 정부나 주정부가 인프라 투자 예산 집행에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장 회장은 1심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아직 형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완공이 이뤄지지 않아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브라질 고로현장에서의 지분법 손실액이 수백억원에 이른다.

가동 초기도 문제다. 철강설비의 특성상 2분기 화입 및 본격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이익을 내기가 어렵다. 생산 정상화에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크라카타우 인도네시아 제철소도 가동 1년간 어마어마한 적자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자칫 브라질 제철소가 적자를 지속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동국제강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후판 시황도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조선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되며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동국제강의 조선용 후판 비중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주 고객사인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수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철강업계보다도 상황이 어렵다. 이에 따라 후판 가격도 '배춧값'으로 전락했고, 조선업계에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는 커녕 매분기 인하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전세계 철강공급과잉 속에서 슬래브를 구매하기 보다 후판을 판매하는 것이 문제인 시점에서 브라질 CSP 제철소에서 들여온 슬래브가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도 미지수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동국제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아직 가동에 들어가지도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은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올해 브라질 CSP 제철소 투자를 마무리하고, 2분기부터 화입 및 가동에 돌입해 브라질에서 슬래브를 조달해 후판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예정"이라며 "슬래브를 자가 조달하는 것과 외부 조달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라고 말했다.

또 "세간의 브라질 CSP 제철소에 대한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초기 가동문제를 조기에 해결해 CSP의 빠른 조업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