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은 무료 서비스, 불량품 줘도 군소리 못해~

안줘도 방법 없어...받고나면 위약금 족쇄

2016-02-23     문지혜 기자
대구시 동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2월 초 한 식품제조사에서 커피믹스를 대량 구매하면서 사은품으로 뚝배기를 받았다.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뚝배기를 처음 사용했는데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나더니 뚝배기가 반으로 쪼개졌다. 만약 들고 이동하던 중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크게 다쳤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찔할 정도였다.

이 씨는 “사은품으로 제품 구매를 꼬드기더니 이 정도로 형편없는 제품을 주는건 안주니만 못하지 않느냐”며 “식품사에서 준 사은품에서 생긴 문제니 식약처에 신고해야 하는 건지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며 황당해 했다.
▲ 식품을 구매하고 받은 사은품 뚝배기가 요리 도중 반으로 쪼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품 구매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은품’의 품질이 엉망이라는 소비자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식품제조사뿐 아니라 홈쇼핑, 전자제품샵, 배달 계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본제품 구매를 부추기기 위해 사은품을 지급하고 있지만 지급 지연, 제품 불량과 같은 문제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은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제품과 함께 구입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업체에서는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일종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사은품’에 대한 분쟁 기준은 따로 없다. 본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계약이 틀어졌을 경우 업체 또는 소비자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는지에 따라 사은품 반환 과정이 달라진다. 하지만 사은품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는 중재를 할만한 법률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만약 이 씨와 같이 사은품으로 받은 뚝배기가 망가지더라도 이를 제공한 업체 측은 교환하거나 환불해줄 의무가 전혀 없다. 우유 배달 등 계약을 하더라도 ‘불량 사은품에 대한 불만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다’면 소비자의 단순 변심으로 처리돼 오히려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 사은품 주지 않아도 지급 이행 요구 못해...권한 없이 족쇄만

업체 측에서 약속한 사은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구제 방안이 없다. 아직 서비스 이행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은품 지급 이행을 요청할 권리는 없고, 취소 시 사은품 반환 등 위약금에 발목 잡히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사은품을 돈을 주고 거래하는 ‘통상적 거래’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업체 측에서 사은품 관련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은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행되지 않으면 허위 과장 광고 등으로 볼 수 있지만 제공한 서비스에 불편이 있다고 해서 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며 “사은품 관련 소비자 민원이 들어올 경우 업체에 해결을 촉구하는 식으로 중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