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과도한 배송 경쟁이 소비자 피해 양산

설 추석 등 배송확정으로 판매해놓고 '부도'

2016-03-04     조윤주 기자

# 늦은 배송으로 설 선물 망치고 배상마저 지지부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윤 모(여)씨는 온라인몰에서 명절 선물로 한우세트를 샀다. 설 사흘 전인 '2월4일까지 배송이 완료될 것'이라고 안내했지만 설이 코앞에 닥친 6일에 배송되는 바람에 고향에 가져가지 못했다. 그나마 지인이 나흘이 지난 2월10일에서야 상품을 확인했지만 이미 한우가 변질돼 먹을 수없는 상태였다. 온라인몰 측에 환불을 문의했으나 판매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차일피일 미뤘다고. 윤 씨는 “실랑이 끝에 열흘 뒤 환불을 받았지만 설 선물은 망쳤다”고 속상해했다. 업체 관계자는 "'2월4일 발송예정' 상품으로 수령일자는 따로 안내하지 않았다"며 "상담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사과하고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 설 선물세트 판매하며 설 전에 배송 못할 수도 있다?=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최 모(여)씨는 설을 앞두고 2월3일 오후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 지인에게 선물할 참치 등 선물세트 20개를 주문했다. 4일 오전까지 주문 시 설 전 배송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내 받았지만 웬일인지 배송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출고는 4일 이뤄졌지만 택배사 물량 폭주로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차피 받지 못할 바엔 필요 없다고 생각해 반품을 원하자 택배비를 부담하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최 씨는 “택배물량이 폭주하면 배송이 늦을 수 있다는 공지라도 띄웠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업체의 무책임함에 치를 떨었다.

백화점, 홈쇼핑,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의 과도한 배송전쟁이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빠른 배송 및 특정일 내에 배송완료를 명시하고 제품을 판매하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설 명절 등 온라인구매가 몰리는 극성수기 이후에는 '특정일 전 배송을 약속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피해 제보가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지인에게 나눠줄 설 선물세트를 주문하며 설 전 배송완료를 확인했지만 배송이 지연돼 발을 동동 굴렀다는 사례부터 명절에 쓸 식품을 설 전에 받지 못해 새로 구매해야 했다는 등 피해도 다양하다.

일부 온라인몰은 '배송지연 보상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보상을 받을 길마저 막막하다. 상품을 제때 발송했으나 택배사에서 물량 폭주로 배송이 늦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횡포도 잦았다.

소비자가 업체에서 명시한 ‘발송’과 ‘배송’의 의미를 혼동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잖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20일까지 발송 완료’를 보고 20일에는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구매했으나 이는 발송되는 시점일 뿐 배송완료 시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 명시한 날짜 어겨 배송 시 ‘보상 요구’ 가능해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배송 지연 등 피해가 일어난 상황에 대해서는 당연히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언제까지 배송이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을 조건으로 영업이 성립했기 때문에 업체에서는 약속된 날짜까지 배송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특히 설 명절 상품은 특성상 때를 놓치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있어 당연히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상 규모에 대해서는 건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온라인몰 경쟁이 심화되며 업체마다 ‘빠른배송’ 등을 강조하지만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나 보상 규정은 아직 미흡하다”며 “배송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보상안 마련이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