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LG, 전장부품 '밀월관계' 갈수록 깊어져...삼성은?
현대자동차와 LG그룹의 자동차 전장부품 거래를 둘러싼 밀월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배제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LG화학은 최근 친환경차 보급 확대 협약식을 맺었다. 지난 2012년, 2013년, 2014년에 이은 네번째 업무 제휴다.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과 부품 거래관계가 지속되면서 신뢰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LG는 반도체 칩을 제외한 네비게이션, 오디오 등의 인포테인먼트(LG전자), 전기차용 배터리(LG화학), 자동차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를 현대차에 공급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경우 양사의 거래기간이 2010년 이후부터지만 네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부품의 거래기간은 10년이 넘었다.
현대차와 LG의 전장부품 거래는 향후에도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최근 출시한 아이오닉의 전장부품도 LG가 대부분 공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양사간 관계가 공고해지고 있는 가운데 같은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삼성은 사실상 거래에서 배제되고 있다. 현대차는 LG가 만들지 못하는 차량용 반도체 칩만 삼성으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충분히 LG전자가 생산하는 전장부품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와 인포테인먼트 부품을, 삼성전기는 차량용 모터를, 삼성SDI는 전기차용 베터리를,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현대차가 삼성전자를 배제한 채 LG와만 거래를 이어 가고 있는데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다. LG가 저렴한 단가로 공급하는 가격경쟁력과 오랜 기간 쌓아놓은 신뢰가 가장 큰 배경이지만 다른 원인도 제기되고 있다. 바로 삼성이 직접 자동차를 만들 가능성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전사조직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운영 중에 있다. 박종환 부사장을 전장사업팀장으로 임명하고 4명이서 단촐하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20여명 내외로 임직원 숫자가 늘었으며, 아직도 조직세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 확보를 목표로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간 협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수차례 자동차 부품업체로 남을 것이며, 자동차를 직접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함께 핵심 전장부품으로 꼽히는 모터사업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업체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종목표가 '스마트카'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미 자동차사업을 해봤던 이력이 있는데다 자동차가 점점 거대한 스마트폰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삼성이 뛰어들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묘한 라이벌 의식도 이러한 경쟁관계에 불을 지피고 있다. 양사는 명실상부 국내 재계 1, 2위다. 양사의 경쟁관계는 한전부지를 놓고서도 한번 맞붙었다.
현대차가 삼성전자 등 전자업체를 견제하고 전장부품 핵심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은 향후 투자계획에서 뚜렷이 발견된다. 특히 현대차는 지금껏 삼성전자로부터 반도체 칩을 공급받아왔지만 현재 자율주행차의 반도체 칩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LG전자의 경우에는 자동차를 직접 만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향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미래 경쟁상대로 보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전장부품 거래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