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카드사 금리인하요구권 기간 · 조건 까다로워
행사요건 천차만별... 실적도 공개안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이 장기대출 상품인 카드론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조건을 다르게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제1금융권인 은행에 비해 조건과 자격이 까다롭고 운용의 폭이 좁다는 지적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대출이용자의 신용상태가 개선된 경우 금융회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대출이용자가 금리인하를 신청하고 신용상태 개선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금융회사가 이를 심사해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감독원은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과제'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위해 행사요건을 정비하도록 각 금융사에 권고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카드사별 행사 요건이 천차만별이고 더욱이 각 사별 금리인하요구권 실적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고객 간 형평성과 더불어 제도의 실효성마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각 사별 리스크 관리 모델이나 고객 신용평가 모델이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요구 조건들이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인하 조건 현대카드 가장 다양, 신한카드 까다로워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가능 시점부터 카드사마다 달랐다. 우리카드(대표 유구현)는 별도의 기간 제한이 없었던 반면 신한카드(대표 위성호)는 대출시점 기준 3개월 이후부터 가능하다. 나머지 카드사들은 최초 대출시점부터 6개월이 지나야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격조건은 현대카드(부회장 정태영)가 5개로 가장 다양했고 신한카드는 신용등급 조정 1개로 선택의 폭이 가장 좁았다.
현대카드는 5가지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신용등급 개선 △취업·공기업이직 및 승진·정규직 전환 △소득 증가 △전문자격증 취득 △Star Friendship·Gold Friendship 회원이면 가능했다. Star Friendship·Gold Friendship은 우량고객 등급이다.
롯데카드(대표 채정병)는 △신용등급 개선 △직장변동·승진·전문자격증 취득·재산증가에 따른 소득증가 △당해년도 SOCIETY.L 회원에 가입한 경우 3개 중 한 가지만 충족하면 됐다.
삼성카드(대표 원기찬)는 △대출 약정 후 신용등급 1등급 이상 개선되거나 △직장정보가 변경된 경우, KB국민카드(대표 윤웅원)는 △약정시점 대비 신용등급 1등급 이상 개선되거나 △연소득이 현저히 증가했다면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신한카드는 대출취급시점 대비 현재 KCB 신용등급이 2등급 이상 개선된 경우에 한해서만 금리인하요구권 행사가 가능해 조건이 가장 까다로웠다.
우리카드 역시 KCB 신용등급 또는 NICE 신용등급이 1개 등급 이상 개선된 경우로 한정됐다. 다만 대출 약정 후 해당 조건을 충족하면 대출금리인하를 신청할 수 있었다.
하나카드(대표 정해붕)도 대출시점 대비 신용등급이 1개 등급 이상 개선되고 금리인하 요구시점에서 신용등급에 문제가 있지 않아야 한다는 단 하나의 조건을 충족해야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자격이 주어진다고 표시하고 있었다.
다만 하나카드 관계자는 "신용등급 상승 외에도 연소득 증가, 전문자격증 취득이 확인되면 금리인하요구권 대상에 포함된다"며 "홈페이지의 미비된 내용은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이 활성화돼 있는 은행들이 직장변동, 연소득변경, 직위변동, 주거래고객, 신용등급 상승, 자산증가, 부채감소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제시한 것과 비교했을 때 카드사들이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적게 주고 있는 셈이다.
◆ 카드업계 "리스크 관리기준 달라 일률적 비교 어렵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카드업계는 회사별 일률적 비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별 리스크 관리 기준이 다르다보니 금리인하요구권 자격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신용등급이 같더라도 카드사마다 대출가능한도가 다른 것도 이런 이유라는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자사의 현 상황을 고려해 가장 최적화된 리스크 관리모델, 신용평가 관리모델을 두고 있다"며 "평가모델을 기반으로 연체기록, 연소득 변화 유무 등 제반사항을 고려하다보니 카드사마다 대출한도나 금리인하요구권 자격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카드사마다 충족 조건은 달라도 개별 조건이 결국 '신용등급 상승' 요소와 연관돼 있어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금리인하요구권 행사의 공통적 자격 조건인 '신용등급 상승'이 결국 소득증가나 전문자격증 취득, 이직 및 승진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직장소득 증가, 전문자격증 취득, 직장에서의 승진 등의 요소는 신용평가등급 조정에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신용평가등급 개선 조건만 제시한 카드사가 소비자 혜택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카드론은 사실상 금리로 경쟁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카드사마다 우량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인하 프로모션을 꺼내고 있어 금리인하요구권보다 프로모션을 이용하는 게 금리인하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