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SKT-CJ헬로비전 인수 후 요금인상 가능성 놓고 '날 선 대립'
통신3사가 헬로비전 인수문제로 첨예하게 대립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부담 가중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합병을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인상 가능성을 지적하며 비판수위가 거세지는 반면 SK텔레콤 측에서는 이를 전면 반박하고 있다.
KT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통신사 간의 인수합병으로 소비자의 이동통신요금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는 오스트리아 규제당국의 보고서가 글로벌 통신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오스트리아 이동통신시장 4위 사업자 ‘H3G(Hutchison Three Austria)’는 3위 사업자 ‘Orange Austria’를 인수 합병했다. 합병으로 H3G는 T-Mobile과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정도로 커졌다. EU 반독점 당국은 사업자 수가 3개로 줄어드는 것에 따른 경쟁 약화와 요금 인상을 우려했지만, 보유 주파수(2.6GHz) 일부를 매각하고 10년간 네트워크 용량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도매접속을 최대 16개 MVNO에 제공하는 등의 조건을 달아 합병을 인가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후 조건부 합병의 결과는 오스트리아 가계통신비 부담 급증으로 이어졌다. 오스트리아 방송통신규제기관(RTR)은 올해 3월 14일 합병의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당국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심각한 요금인상이 초래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경우 요금이 50~90% 인상됐고,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이용자의 요금은 22~31%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10개 유럽국가의 신규 스마트폰 가입자 요금 평균이 계속 하락 추세를 보이는 것에 반해, 오스트리아는 합병 이후인 2013년과 2014년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KT 관계자는 "위의 사례는 SK텔레콤이 시장의 절반을 점유해 온 국내 통신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SK텔레콤이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가입자 확대에 나설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집중화에 따른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반면 SK텔레콤은 요금상한제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 수단이 존재하는 한국 통신시장에서 해외 주요국가와의 직접 비교는 어불성설이라며 강력 반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인가제와 요금상한제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 수단이 존재하는 한국과 사업자가 요금을 자유롭게 인상할 수 있는 해외 주요국가와의 직접 비교는 어불성설"이라며 "한국은 해외와 달리 유료방송 요금에 대해 정부의 직접적인 승인 절차를 거치고 있어 사업자의 인위적 요금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SK텔레콤은 "경쟁사가 조사한 설문에서도 CJ헬로비전 요금이 5% 인상될 경우 타사업자로 변경하겠다는 고객이 전체의 33.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처럼 가입자 이탈 규모를 고려할 땐 CJ헬로비전 인수합병 후 요금인상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기존 KT가 독주하던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합병 당위성을 설명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KT의 1강 독주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합병기업이 탄생하고, 시장의 경쟁도 역동성(Dynamics)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1위와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2위 사업자가 혁신 드라이브를 건다면 혁신적인 서비스 경쟁 구도가 형성돼 시장 변화의 촉발 가능성이 높다"며 KT 주장을 반박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