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자처한 산업은행 '내우외환' 어쩌나?..."의연히 대처할 것"
2016-05-30 김정래 기자
조선과 해운업종 부실 여파로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는 KDB산업은행이 노사갈등을 빚으며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이에 대해 역량을 다해 기업구조조정을 돕고 노사갈등은 법적 결과에 따라 순리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STX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산업은행이 부실의 책임자"라며 "시간을 끌고 부실을 키운 건 사람의 문제다.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손대는 것마다 망한다'는 자조와 "정부가 시켜서 한 죄 말고 뭐가 더 있냐"는 하소연이 뒤섞여 나오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KDB산업은행이 주채권 은행으로 담당한 기업은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한진그룹, 현대그룹,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동양, 현대오일뱅크, 애경 등이다.
KDB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취약업종으로 꼽은 건설, 철강, 조선, 유화, 해운 등 대부분을 떠맡은 것이다. 게다가 국책은행으로서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채권단에서 빠져나갈 때도 '배드뱅크(기업 부실을 책임지는 은행)'를 맡았다.
이 같은 역할을 떠맡아 하다가 최근 업황침체로 부실 기업이 쏟아지자 KDB산업은행이 '독박'을 쓴 꼴이 됐다. 게다가 조선과 해운업종을 중심으로 한 기업구조조정을 떠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로드맵과 자본 확충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KDB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내부혁신을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노조측은 지난 17일 성과연봉제 도입이 확정된 뒤 이동걸 회장을 비롯한 점포장급 이상 간부 180명 전원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여기에 검찰이 지난 2010년 부행장을 지낸 송 모 씨와 현재 구조조정 총괄 책임자인 류희경 수석부행장에 대해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송 모 씨는 과거 성진지오텍이 포스코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주식을 사고 팔아 차익을 남긴 혐의를 받고 있고 류 부행장은 한진해운 주식이 급락하기 전 미리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과 내부정보를 주고받았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악재가 연달아 터지고 있음에도 KDB산업은행측은 의연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조선과 해운업종을 중심으로 한 기업구조조정은 산업은행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그동안 기업구조조정 경험을 살려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갈등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제도를 시행하면서 노조가 문제를 제기한 절차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결과 나오면 그에 따라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KDB)산업은행이 국민의 혈세를 잡아먹고 있다는 오해가 불거지고 있는데 특별히 국민 세금을 낭비한 것이 없고 오히려 정부에 배당을 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DB산업은행이 산적한 난제를 풀고 건전한 국책은행으로서의 명예를 다시 회복할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