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괴로워–식품] 유통 중 발생한 문제도 제조사만 손가락질

2016-05-31     특별취재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창간 10주년을 맞아 소비자와 기업간 신뢰회복을 위한 [소비자와 기업, 아름다운 동반자] 캠페인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점을 짚어주고 일선에서 기업이 겪는 고충,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해야 할 규정과 제도 등을 살펴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키 위한 방안이다.

이번 캠페인은 소비자 민원이 집중되는 식품/유통, 통신,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소비 제품을 대상으로 ① 소비자가 뿔났다 ② 기업도 괴로워 ③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나 ④ 앞서가는 기업들, 4개의 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편집자 주]


제품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물에 대해 제조업체도 할 말이 많다. 벌레 등은 대부분 유통 또는 보관 과정에서 혼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무조건 제조업체에게 책임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유통·보관상의 문제라고 설명을 하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비난을 받기 일쑤다. 또한 정확하게 어떤 경로로 혼입됐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물을 회수하겠다고 하면 ‘은폐하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업체들이  유통 중에 생긴 문제로 보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가장 많이 발견되는 벌레. 라면, 과자, 초콜릿 등 작은 틈만 있으면 어디든지 들어가서 알을 까는 화랑곡나방은  제조업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손을 못 쓰고 있다.

식약처가 식품 이물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 36.3%가 ‘벌레’로 가장 많았다. 곰팡이(10.4%), 금속(6.7%), 플라스틱(4.9%) 등에 비해 매우 큰 비중이다.

물론 벌레가 제조 단계에서 들어갈 수 있지만 약 4.1%에 불과하고 소비·유통 단계가 10%에 달한다. 식품 보관 및 취급 과정에서 부주의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벌레가 유통 단계에서도 유입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많은 제조업체들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닐 포장을 두껍게 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조심스럽다.

현재 롯데제과에서 방충 포장재 개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해태제과 역시 화랑곡나방이 기피하는 천연물질을 개발 중에 있다. 과거에 비해 50~60% 정도 벌레 유입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여름철만 되면 활발하게 활동하는 화랑곡나방으로 인해 업체 측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 녹아서 한쪽으로 쏠려있는 아이스크림, 기네스 맥주 안 거품 볼, 온도 차로 우유가 굳은 캔커피, 햇볕으로 인해 단백질이 굳은 맥주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 순)

두 번째로는 보관 상의 실수로 인해 제품이 변질된 경우다.

아이스크림의 경우 형체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을 정도로 녹았다가 다시 얼었다면 100% 유통 과정에서 실온에 오랫동안 노출됐기 때문이다. 우유가 포함된 커피에 하얀색 이물이 생겼다면 온도차로 인해 우유 단백질이 분리된 경우가 대다수다.

맥주 역시 추운 겨울 밖에 오랫동안 방치돼 얼었다가 녹거나, 햇볕에 노출됐다면 맥주 안에 있는 단백질 성분이 응고돼 갈색 결정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긴 이물은 대부분 인체에 해가 없으며 제조업체나 구입처에서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은 제조업체 공장의 위생 문제를 탓하며  과한 보상을 요구한다.

맥주거품을 풍부하게 내기 위해 넣어둔 기네스의 플라스틱볼을 여전히 이물로 오인한 제보가 접수되고 있을 정도다. 기업들도 지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