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OLED TV 안하나 못하나...LG와 다른 길 가는 까닭은?

2016-06-15     김국헌 기자
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삼성전자(대표 권오현)와  LG전자(대표 정도현·조성진·조준호)가 대형 OLED 디스플레이에서는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LG전자는 OLED TV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퀀텀닷 TV를 차세대 TV라고 규정지으며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OLED TV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LG와의 OLED TV 기술경쟁에서 한걸음 뒤져 이를 다른 방식으로 만회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현재 기술로 OLED TV를 만들기에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사용하는 OLED TV는 화이트(white) OLED라는 방식이며, 삼성이 제작하는 방식은 RGB OLED다. RGB란 각각의 화소가 적색(R), 녹색(G), 청색(B) 등 3개의 부분 화소로 배치되는 방식을 말한다. 과거 LCD(액정화면 표시장치) 패널은 RGB 방식이 전부였지만 UHD TV 시대로 넘어오며 OLED TV기술이 등장했다.

OLED 패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빛을 내는 유기물을 증착시켜야 하는데 이 공정이 매우 까다로워 삼성전자는 2013년에 올레드 TV를 출시했다가 6개월 여만에 포기했다. LG는 유기물을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런 기술을 상용화시킨 LG디스플레이에서 패널을 생산해 LG전자가 올레드 TV를 생산하고 있다. 
▲ LG 시그니쳐 올레드 TV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RGB OLED 방식은 차세대 TV로 상용화시키기에는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white OLED를 따라하면 LG전자가 가진 특허에 걸리게 된다.

지난 2013년 9월 LG와 삼성이 잠시동안 특허분쟁이 생긴 적이 있었다. 정부가 중재해서 크로스 라이센스라는 중재안을 제안했는데 이 때 삼성전자가 LG전자에 요구한것이 white oled 특허에 대한 라이센스였다는 후문이다. LG전자 측에선 당연히 거부했고 협상은 결렬됐다. 특허가 아니더라도 세계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LG전자가 이미 상용화시킨 기술을 따라하는 것도 자존심이 상한다.

LG전자나 삼성전자 양사 모두 OLED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다. 삼성은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를 했음에도 OLED TV 양산이 쉽지 않기에 새로운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OLED TV는 잠시 접어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에는 양사간에 해상도 논쟁까지 불거지며 자존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은 LG TV의 4K(약 800만 화소) 해상도가 실제론 3K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LG는 삼성 측이 LG TV를 억지로 폄하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가 OLED로 갤럭시 시리즈를 만들때는 아직 기술상용화가 안끝난 LG전자 측에서 OLED가 좋지 않다고 면서 폄하한 전력이 있다. 지금은 그 반대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OLED TV에 대한 소비자들의 물음표는 여전하다. 가격도 비싸고, 화질도 일반 소비자들은 OLED TV나 최고 사양의 LCD TV나 한눈에 구분하기 어렵다. 수명 문제는 OLED TV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안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LED TV에 대해 차세대 TV라고 업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성장가능성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밀고 있는 퀀텀닷 TV는 사실상 LCD TV의 최종 끝판왕으로써 더 이상의 큰 기술적 진보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OLED TV는 현재 기술이 초기 단계여서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역시 겉으로는 OLED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술개발은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 삼성, OLED TV안해도 시장 1위...퀀텀닷으로 시간벌고 QLED 정조준

하지만 삼성전자가 OLED TV를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맞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015년 연간 매출기준 27.5%, 수량기준 21.0%의 점유율로 매출과 수량 모두 1위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UHD TV 시장에서 2015년 매출기준 34.1% 점유율로 전년도(35.3%)에 이어 30%대 중반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이어가며 퀀텀닷 SUHD TV를 필두로 한 프리미엄 TV 시장을 이끌고 있다. 중저가 및 프리미엄 시장에서 현재 가진 기술로 생산한 제품만으로도 세계시장을 평정하고 있어 OLED TV를 당장 급하게 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 삼성전자 퀀텀닷 SUHD TV

LG전자는 OLED TV 시장을 개화시키기 위해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빨리 OLED TV 생산에 가세했으면 하는 것이 LG전자의 솔직한 속내다. 삼성전자가 가진 압도적인 마케팅 능력이 가세가 되면 OLED TV 시장 개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전자의 신무기는 현재 개발에 돌입한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QLED는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급 크기의 반도체 결정으로 올레드처럼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다. 

올레드보다 생산비용이 적게 들고 밝기와 전력효율 등이 좋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평가 받는다. QLED TV가 상용화 되면 OLED와 기존 퀀텀닷 디스플레이의 거의 모든 단점을 불식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색 증착 등 기술적으로 넘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으며 아직 시제품도 나오지 않은 단계에서 상용화 이후를 논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OLED TV는 퀀텀닷 TV로 대체하며 시간을 벌면서 차세대 기술인 QLED TV를 수년 내로 상용화시킬 생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