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지하수와 상수도용 필터 달라...잘못 쓰면 무용지물

2016-06-23     조지윤 기자
정수기 설치를 계획중이라면 원수가 상수도인지 지하수인지를 우선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물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필터의 종류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상수도를 쓰는 지역은 중공사막 방식의 필터를 쓰지만 지하수를 쓰는 지역은 역삼투압 방식의 필터를 설치해야 한다. 지하수를 쓰는 지역에서 중공사막 방식의 필터를 설치할 경우 100% 정수가 되지 않아 정수기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평택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2012년, 2014년 각각 3년 약정으로 A사의 정수기 2대를 렌탈해 사용해왔다.

그러나 올해 초 방문점검을 받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사용중인 정수기 2대의 필터가 모두 상수도 전용품이라는 것. 박 씨가 사는 지역은 지하수라 이 필터로는 완전히 정수를 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본사 쪽에 연락해 이런 중요 사항을 왜 설치 시 알려주지 않았냐고 따져 묻자, 상담원은 “2014년 계약 당시 상수도를 쓰는 집인지를 묻는 질문에 고객이 ‘네’라고 답한 녹음이 있다. 고객의 승낙이 있으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2012년 계약 시 녹음파일을 요청했지만 남아있는 자료는 없었다.

박 씨는 “2012년 처음 설치할 때 현장에서 상수도인지 지하수인지 전문가들이 확인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4년이란 긴 시간동안 렌탈료를 내면서 제대로 정수되지 않은 물을 먹었다니 억울하다”고 기막혀 했다.

이와 관련해 제조사 관계자는 “아마도 당시 판매자가 미숙해 지하수를 쓰는 집인데도 중공사막 방식의 필터를 설치하게 된 것 같다”며 “회사 과실이 분명하니 보상을 해드리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상수도를 쓰는 지역과 지하수를 쓰는 지역을 전산상으로 구분해 지하수를 쓰는 지역에는 중공사막 방식이 아예 주문되지 않게끔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삼투압 방식이 좀더 촘촘하게 정수가 되고 가격이 더 비싸다”며 “일반 상수도 시설에서는 아리수 등 품질이 좋은 물이기 때문에 역삼투압 방식을 쓰는 건 과선택”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