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칭 팩스 대출 광고 기승...막을 방법 없나?

90일간 이용정지가 전부...근절 대책 절실

2016-07-21     김건우 기자

#사례1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회사 팩스로 하루에 10통 이상 날아오는 대출광고 전단지 때문에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씨티은행' 로고 박혀있어 외관상으로는 영락없는 은행 대출광고인데 수신차단을 하려고 연락해도 통화중이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회선이었다고. 씨티은행으로 문의하자 은행과 무관한 사칭 광고라는 답이 돌아왔다. 여전히 한달에 수십통의 팩스를 받고 있다는 김 씨는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팩스가 날아오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고 난감해했다.

#사례2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 모(남)씨도 매일 팩스로 날아오는 SC제일은행 대출광고 전단지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단지에 적혀 있는 번호 수신차단으로 해결될 줄 알았지만 며칠 뒤 번호를 바꿔서 다시 보내는 등 수법도 진화해갔다. 전단지에 있는 전화번호와는 연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SC제일은행 측에 항의를 했지만 '사칭 광고'라며 되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씨는 "팩스 수신에 사용되는 종이와 잉크도 아까울 지경"이라며 "지긋지긋한 팩스 대출광고를 막을 방법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금융당국과 일부 은행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사칭 '불법 팩스 대출광고'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이름을 빌리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불법 사칭광고로 인해 소비자 불만이 늘고 대외 이미지가 실추되자 은행들도 포상금 지급과 가두 캠페인을 벌이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법이 고도화돼 꼬리를 잡기 쉽지 않다.

▲ 일선 사업장 등에 무분별하게 발송되고 있는 금융기관 사칭 대출상품 팩스전단. 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사를 사칭한 광고가 다수다.

◆ 금감원 "미래부에 발신번호 정지기간 연장 요청"

불법 팩스광고는 고금리 불법대출 뿐만 아니라 개인신용정보 수집 및 유통에도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있고 정상 업무를 방해하는 등의 피해까지 유발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소비자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불법 팩스광고를 보낸 번호를 '일시정지' 시키는 것이 최선이다. 소비자가 금감원에 불법대부광고를 제보하면 금감원에서 불법 대부광고 여부를 확인하고 이용정지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요청한다.  미래부가 통신사에게 해당 전화번호에 대한 이용정지를 시키는 시스템으로 정지기간은 최대 90일이다.

이마저도 불법 대부광고 전화번호에 대한 이용정지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014년 10월 공포되면서 가능해졌다.

실제로 2014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2년여 간 총 2만1천737건의 불법대부광고 전화번호가 중지됐는데 그 중 팩스발신도 3천415건을 차지했다. 특히 분기 기준으로 팩스 발신비중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팩스 광고업자들이 일반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들이나 이용하는 별정통신사 회선을 이용하고 웹팩스 방식으로 발송하고 있기 때문에 번호 역추적을 통한 검거가 쉽지 않다. 번호 정지를 시켜도 계속 번호를 변경해 불법 팩스광고를 보내고 있어 전면 차단이 어려운 상황.

정지기간이 최대 90일에 불과하고 불법 팩스광고를 보내는 사업자의 '원 발신번호'를 통신사업자만 알 수 있어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금감원 불법대응금융단 관계자는 "팩스 발신자의 원번호는 해당 통신사업자만 알 수 있어 금감원에서도 불법 대부광고로 판단된 번호를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 정지 요청을 하고 있다"며 "현재 90일까지 정지시킬 수 있는데 기간을 늘리거나 영구정지를 하는 방향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씨티·SC제일은행도 '골머리', TF팀 운영에 포상금 제도까지

불법 대출광고 업자들에게 명의를 도용당한 씨티은행(행장 박진회)과 SC제일은행(행장 박종복)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텔레마케팅을 이용한 대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불법 대출홍보로 인한 민원건수는 255건 이었는데 민원건수에 포함되지 않는 단순 민원까지 더하면 5천566건으로 일평균 30건 이상 소비자 민원이 이어졌다. 

피해가 확산되자 씨티은행은 지난 4일부터 신고 포상금 제도를 도입했다. 불법 대출 문자 유포자에 대한 수사 의뢰와 함께 사기대출 조직 검거에 기여한 제보자에게 포상금을 최대 1천만 원을 지급한다.

포상금은 검토 결과 제보 내용의 타당성이 인정돼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가 들어가면 100만 원, 불법조직이 검거되면 추가로 900만 원이 지급되는 식이다. 이 외에도 지난해 7월부터 불법 대출홍보 근절을 위한 TF팀도 운영중이다.

SC제일은행도 지난 달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 명의로 전 직원에게 금융소비자 피해 예방 유의사항을 전달하고 은행명 사칭 불법 대부 광고 근절 거리 캠페인을 지속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법 대출광고를 뿌리뽑을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와 금융회사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광고업자를 잡아내는 과정이 쉽지 않아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