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조기매각 '탄력'
2016-07-20 김정래 기자
우리은행(행장 이광구)이 올 상반기에 당기순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늘리며 민영화를 위한 지분 조기 매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2분기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이 3천7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5.8% 늘었다. 1분기 당기순이익 4천432억 원를 포함한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천50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천169억 원에 비해 45.2%나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9천491억3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5.78% 증가했고 매출액 역시 12조2천430억7천400만원으로 30.59% 늘었다.
◆ 상반기 실적 어닝서프라이즈 수준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 상승 바탕에는 부실자산 감소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먼저, 우리은행의 총여신중 부실자산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말 1.47%에서 상반기말 1.22%로 감소했다. 성동조선, SPP조선, 대선조선, STX조선 등 조선 4개사와 삼부토건 여신을 제외하면 이 비율은 1.06%까지 감소한다.
지난 1분기 기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0.9%, 1.1%, 1.2%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이 이들과 비슷한 건전성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140.0%로 지난해 말보다 18.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시중은행 6곳의 평균치 145.3%(작년 말 기준)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회복의 주요인은 2분기 부실여신 회수와 담보물 매각을 통해 파이시티, SPP조선, 삼부토건, 랜드마크 타워 등에 쌓아둔 충당금이 상당 부분 환입됐기 때문이다.
◆ 주가 1만원대로 복귀...조기매각 가능성↑
2분기 우리은행 실적 발표를 목전에 앞둔 15일, 우리은행 주가가 약 3주만에 1만 원대를 회복했다. 20일(3시 현재)은 1만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당기순이익 상승과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회복 등 우리은행이 건정성 확보와 더불어 향후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할 수 있는 손실 흡수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을 진두지휘해 온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우리은행의 낮은 주가로 인한 공적 자금 회수율을 우려해 민영화 작업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브렉시트 이후 우리은행 주가가 9천원대 중반으로 떨어지자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헐값 매각'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언급하면서 4전5기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이번에도 불발되는 듯 했다.
최근 윤 위원장이 "유상증자 발언은 희망사항"이라며 한 발 물러섰지만, 공자위 수장으로서 공적자금 회수를 못할 경우 '배임'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어 부담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은행 주가가 1만원대로 복귀한 것은 의미가 있다. 공적 자금 회수가 가능한 가격(1만2천900원)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공자위는 우리은행 주가가 9천원 중반대에 머물던 지난 15일 이전에도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에 초점을 맞춰 시장 가격으로 30% 주식을 우선 매각하고 이후 민영화 성공 이슈를 재료로 나머지 21%를 판 뒤, 공적자금 100% 회수 목표주가였던 1만3천500원 선에 최대한 맞추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시장 가격으로 30% 주식을 우선 매각하더라도, 과점 주주 참여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과 잔여 지분을 가진 예보의 경영 불간섭 방안 등을 제시하면 나머지 21% 주식 매각에서 100% 공적자금 회수율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금융업계는 우리은행의 1만원대 주가 회복이 '조기 매각 공고'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 우리은행, 하반기도 실적 상승 전망
이번 우리은행 실적은 2분기 일회성 비용인 명예퇴직 비용(920억원)이 합산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은행의 성장세는 더 두드러진다. 우리은행측은 "연내 추가적인 명예퇴직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혀 3분기 실적이 더 개선될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은행은 이번달부터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비이자수익(펀드, 보험, 카드 수수료 등) 부분을 늘리기 위한 '100일작전'에 돌입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이 연초 밝힌 연간 순이익 목표인 1조2천억 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증권사 연구원들의 우리은행 연간 순이익 추정치 평균은 1조2천430억 원이다.
현재 우리은행 지분 매각과 관련해 매각주간사회사들이 수요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과 중동, 유럽계 자금들이 우리은행 지분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는 이달 말 개최되는 공자위 본회의에서 우리은행 조기 매각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9월 정기국회 개원전 우리은행 매각 공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 지분 51.06%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다. 이 번 다섯번째 민영화 시도에서 금융당국이 과점주주 방식을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예금보험공사 지분 51.06%중 30% 지분 정도를 4~10%씩 분할해 다수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게된다.
한편, 이번 우리은행의 민영화 시도는 1년여 만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5월 중순 아랍에미리트(UAE)와 런던에서 소수지분 매각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하고 아부다비투자공사(ADIC) 등 중동계 국부펀드와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다.
당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도입, 협상에 나섰으나 연일 계속되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국부펀들의 해외 투자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민영화가 무산된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