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를 통해 발생하는 대포통장 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은행권에서 대포통장 근절 대책을 펼치자 CMA 등 수신기능 계좌가 있는 증권사에 대포통장 물량이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증권사 대포통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올들어 발생건수가 급감했다. 금융감독원도 '3유 3불 불법금융행위 추방 및 5대 금융악 척결 특별대책' 중 하나로 불법금융(보이스피싱, 유사수신, 불법사금융)에 대해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전체 대포통장 발생 건수도 대폭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금융권에서는 증권사 대포통장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 2014년 증권사 대포통장 폭증, 현재 전체 대포통장 대비 '미미' 27일 금융감독원 공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 대포통장 계좌 수(금감원 서면접수 기준)는 28계좌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206계좌에 비해 무려 86.4%나 감소했다. 개별 증권사로는 유안타증권(대표 서명석, 황웨이청)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증권(대표 윤경은)이 4건, 미래에셋대우(대표 홍성국), 삼성증권(대표 윤용암),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도 3건에 불과했다. 1계좌도 발생하지 않은 증권사도 상당했다.
지난 2014년만 해도 대포통장이 수천 건에 달하던 것에 비하면 현격한 변화다. 금감원에 서면접수된 증권사 대포통장 계좌수는 2014년 상반기 607건, 하반기 2천878건에 달했다. 유선상으로 접수된 계좌까지 더한다면 훨씬 더 많은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악용됐을 것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문제가 발생하자 금융당국도 은행권에서만 시행하던 대포통장 근절대책을 증권사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대포통장으로 악용된 증권사 계좌를 경찰 신고만으로 24시간 내 언제든지 지급정지를 시켜 추가 피해금 인출을 막도록 조치하는 등 '선조치' 중심의 예방책이 도입됐다. 이후 작년 상반기 206계좌로 전분기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이후 지속 감소 추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28계좌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014년 2분기에 은행권에서 대포통장 근절 대책을 강화하면서 풍선효과로 증권사 대포통장이 일시적으로 늘었다"며 "이후 금융당국에서 각 증권사에 은행권 수준으로 감시를 강화하면서 발생건수가 급감했고 현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특성 상 증권사보다는 은행 계좌로 유인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전체 대포통장 발행건수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고 덧붙였다. ◆ 개별건수로는 유안타증권 제일 많아, CMA 계좌 많았기 때문 한편 금감원 서면접수 기준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포통장이 가장 많이 발행된 증권사는 유안타증권이었다. 유안타증권은 해당기간 총 574계좌가 발행됐고 이어 현대증권이 511계좌, NH투자증권(대표 김원규)이 475계좌, 삼성증권이 392계좌, 신한금융투자(대표 강대석)가 284계좌로 뒤를 이었다.
▲ 금융감독원 공고 기준 2014년~2016년 상반기 증권사 대포통장 발행건수 현황
다만 이들 증권사들은 단순 대포통장 발행건수만으로 각 증권사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특정 상품 계좌에 몰리는 특성이 있어 은행권과 달리 똑같은 잣대를 놓고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과거 동양증권 시절 전체 증권사 CMA 계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계좌 수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과거 동양증권 CMA 계좌가 400만 명 이상으로 모수 자체가 많아 대포통장 발행 건수도 많아 보이는 것"이라며 "전체 통장 발행건수 대비 대포통장 발행 건수로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많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계좌를 이용한 대포통장은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현재는 미미한 상황"이라며 "2014년 이후 증권사들의 관리도 철저해 대포통장 피해도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