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때는 '삼성 제품' 못쓰게 되자 "다른 회사 것"

엠피온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 AS 중단 파문

2016-08-02     박관훈 기자
# 일방적인 지도 업데이트 서비스 중단 경남 창원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2010년 2월하이패스 단말기 기능을 가진 엠피온 내비게이션 SEN-100을 구입했다. 해당 내비게이션은 아이나비 지도를 사용했으며 무상으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제품이었다. 2014년 말 경부터 지도가 업그레이드 되지 않는 느낌을 받아 이듬해 5월 경 문의하자 "2014년 7월 이후로 지도 업그레이드는 중지됐다"고 안내했다. 김씨는 "무책임하게 지도 제공사의 정책을 빌미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다른 기기로 교체시 추가 비용 요구 대구시 남산2동에 사는 손 모(남)씨는 지난 2010년 7월 경 당시 삼성 로고를 달고 있는 엠피온 네비게이션 SEN-100 약 50만 원에 구매했다. 지난해 5월경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를 위해 아이나비 홈페이지에 접속했으나 본인등록이 되지 않았다. 업체측 문의한 결과 "아이나비측과 서로 합의가 되지않아 지도 업그레이드가 2014년 7월경에 종료됐다"며 단말기 유상 교체를 안내했다고. 손 씨는 "구입 당시 삼성이라는 이름을 믿고 제품을 샀다. 판매사의 사정으로 업그레이드를 종료해 놓고 기기 교체 시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부당함을 지적했다.

# 팔때는 삼성, 수리할 땐 엠피온? 부산시 연제구에 사는 조 모(남)씨도 지난 2010년 삼성전자 이름으로 판매되는 엠피온 내비게이션 UFO와 하이패스 단말기를 구입했다. 최근 터치가 잘 안돼 삼성전자 수리센터에 갔더니 "이제 엠피온은 삼성전자 제품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엠피온으로 수리를 요청했지만 "제품이 단종 돼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조 씨는 "팔때는 삼성전자 이름을 달고 판매하고선 이제와 자기네 제품이 아니라는 무책임한 회사"라고 말했다.

▲ 엠피온 SEN-100 하이패스 겸용 내비게이션
최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2010년께 엠피온에서 판매한 내비게이션과 하이패스 단말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이 터지고 있다. 업체측의 일방적인 업데이트 서비스 종료와 단종으로 인한 수리 불가 통보가 소비자 불만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가 된 엠피온의 제품 중 하이패스 겸용 내비게이션 SEN-100은 아이나비 지도맵을 채택해 운용됐다. 엠피온은 해당 제품 판매 당시 향후에도 지도맵이 무상으로 업그레이드 된다고 설명했고 약속대로 소비자들은 아이나비 홈페이지에서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4년 7월부터 엠피온과 아이나비측이 합의한 서비스 정책이 바뀌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지도맵의 업데이트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됐다. 소비자들은 내비게이션의 업데이트와 관련해 업체측의 일방적인 서비스 정책에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업데이트 약속을 믿고 가입했는데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종료시켜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볼멘 소리를 내기도 한다. 업체측의 업데이트 약속을 믿고 제품을 샀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관련 업체의 서비스 정책 변경만을 들이대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업데이트 서비스 종료로 인한 기기 교체' 시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상황에도 불만이  많다. 업체측의 사정으로 기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진행되는 교체임에도 소비자가 사비를 털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소비자는 "삼성에서 생산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경우 씨게이트사로 매각됐으나 씨게이트에서는 하드디스크 불량에 대해 무상교환을 해 줘서 문제가  없다"며 "엠피온 내비게이션도 서비스 종료와 단종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삼성이나 엠피온 중 누군가는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 실패한 삼성 내비게이션 사업의 잔재...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 몫?

삼성에서 초창기에 출시한 SEN-100 내비게이션은 아이나비 지도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후 출시된 SEN-150 등은 자체맵인 엠피온 지도를 사용한다. 아이나비에서 2014년 7월 이후로 지도 데이터를 업데이트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EN-100 내비게이션에 적용중인 최종 지도 버젼은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삼성SNS(옛 서울통신기술)는 지난 2009년 ‘엠피온’이라는 브랜드로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하이패스와 결합된 일체형 내비게이션 제품을 내놓았고 전국개인택시 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공급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말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내비게이션 판매가 부진한데다 중견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아이나비(팅크웨어), 파인드라이브(파인디지털)처럼 10년 넘게 내비게이션 사업을 이끈 중견 브랜드들의 틈바구니에서 엠피온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 엠피온 SEN-100 내비게이션은 출시 당시 삼성 브랜드임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2011년에는 엠피온 대신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의욕적으로 내비게이션 사업 확대를 노렸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사업을 접게 됐다. 삼성SNS에서 내비게이션 사업 철수 후 삼성SDS가 이를 넘겨받아 진행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2015년 3월 삼성SDS ETC 사업 엠피온으로 분사했다.

이후에는 삼성 브랜드 대신 엠피온 브랜드만 사용하고 있다. 현재 삼성 브랜드 제품은 유통망에 남아있던 재고 상품과 중고 거래 위주다.  엠피온은 내비게이션 사업을 접고 하이패스 단말기만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여전히 삼성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엠피온 관계자는 "내비게이션 사업 초창기에 판매된 SEN-100의 경우 2014년 7월경 아이나비측의 일방적인 지도업데이트 중단으로 더 이상 지도를 업데이트할 수 없게 됐다"며 "더욱이 단종(2010년 2월)된지 5년이 지났고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부품들도 많아 수리가 어려울 때가 많다"고 실토했다.

그는 이어 "엠피온이 더 이상 내비게이션 사업을 하지 않고 하이패스 단말기만을 판매하고 있어 무상으로 기기를 교체해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아이나비 등 20만 원 상당의 타사 내비게이션을 구매할 경우  5만 원가량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보상판매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