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계열 증권사 대형화 바람...하나금융의 선택은?
2016-08-04 김건우 기자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해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차등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농협금융지주(NH투자증권)와 KB금융지주(통합 KB증권)는 막강한 증권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신한금융투자(대표 강대석)도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성장 의지를 보였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최근 하나선물을 합병시켜 몸집 불리기에 나섰지만 다른 금융지주 계열의 증권사에 비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하지만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막 끝낸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4대 지주 계열 증권사가 대형 IB를 향해 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하나금융지주도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발표된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방안에 따라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증권사는 어음을 발행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뒤 기업에 빌려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외국환 업무도 허용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부여됐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3조 원 규모의 삼성증권(대표 윤용암),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 그리고 최근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3조 원 달성이 유력한 신한금융투자가 몸집 불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삼성증권(3.4조원), 한국투자증권(3.2조원), 신한금융투자(2.4조원) 순이다.
과거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한국투자증권은 인수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을 '2020년 아시아 최고 IB'를 목표로 '비전2020'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중소형 증권사를 합병하면 자산규모 4조 원에 도달할 수 있어 추가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기자본이 1조8천억 원 가량인 하나금융투자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조건(자기자본 3조 원 이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수합병과 추가 증자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자기자본 3조 원 미만이다.
특히 지난해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최근 자기자본을 1조7천억 원까지 늘린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에도 쫓기는 신세다.
◆ 하나금투 "당장은 내실 다질 때, 무리한 몸집 불리기 안한다"
그러나 하나금융투자는 인수합병이나 유상증자만으로 덩치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 1곳 이상을 인수하고 나머지를 유상증자 또는 금융지주 차원의 지원으로 채우는 게 최선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하나·외환은행 통합비용에 따른 부담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약 3조9천억 원에 인수하면서 추가 투자 여력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하나금융투자는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무려 58.9%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기준 비은행 계열사 순위에서도 작년 상반기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홍콩H지수 급락에 따른 손실과 지난해 증시호황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겹쳤다.
반면 KEB하나은행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7천990억 원을 달성하며 지난해 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 합산수치(7천429억 원)에 비해 7.6%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에서 KEB하나은행이 차지하는 당기순이익 비중도 86%에 달한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서 가장 높다.
하나금융투자 측은 당장의 인수합병이나 증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에서는 몸집을 무리하게 불리기보다는 내실화를 다지는데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현재는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롯해 자본 적정성 지표를 개선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며 "현재 인수합병 대상으로 거론되는 하이투자증권 역시 인수 후 덩치는 커지겠지만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는 KEB하나은행의 화학적 결합이 끝나고 투입한 자본이 선순환 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라며 "금융지주 차원의 추가 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