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 에어컨 싸다했더니 설치비로 덤터기

설치 현장서 비용 뻥튀기 많아...사전 알도리 없어 갑갑

2016-08-05     조윤주 기자

# 홈페이지 표시 운영기준 모르쇠, 부르는 게 값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7월 초 G마켓에서 삼성전자 에어컨을 주문했다. 설치 당일 방문한 기사는 타공 시 철근이 발견돼 3만 원, 실외기 설치비 3만 원, 가스보충비 3만 원, 배관 3m 추가로 3만9천 원, 총 12만9천 원을  청구했다. 설치를 마친 후 구매했던 상품 안내페이지에서 추가설치비 운영기준을 살펴보던 김 씨는 기가 막혔다. 타공 1회는 무료, 배관 1m 추가 시 가스보충비 포함해 1만3천 원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김 씨 집은 이미 실외기 앵글이 설치돼 있어 추가 비용이 필요 없었다고. 김 씨는 “설치 기사에게 8만1천 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전화도 안 받는다”며 억울해했다.

# '특수배관'등 전문용어, 반품비로 소비자 입 막아 경기도 부천에 사는 박 모(여)씨는 11번가에서 구매한 에어컨을 설치하는 날 겪은 황당한 일을 제보했다. 앵글도 설치돼 있고 설치 장소 견적도 기본설치비 포함에 들어가 별도 비용이 발생할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박 씨. 그러나 방문한 기사는 기본배관이 아닌 특수배관을 써야 한다며 인건비 등을 포함해 총 25만 원의 설치비를 제시했다. 생각보다 비싸 반품하려고 했으나 6만 원의 추가비용을 내야 했다. 울며겨자먹기로 설치했다는 박 씨는 “기본 설치비는 무료라고 광고하고 현장서는 이것저것 추가해 생각보다 큰 비용을 내야 했다”며 판매자가 '설치비는 가시는 기사님과 상의하세요'라고 말했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한창인 무더위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에어컨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심리를 노리는 상술이 기승이다.

온라인몰에서는 다양한 쿠폰 및 할인혜택 등으로 시중보다 저렴하게 에어컨을 구매할 수 있지만 과도한 추가 설치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기본 설치비는 무료'로 광고하면서 현장에서 과도한 추가 설치비를 요구하는 일이 잦아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7월 한 달간 온라인에서 에어컨을 구매해 설치하는 중 설치비로 분쟁을 겪었다는 민원이 30여건 제기됐다.

온라인상에서도 G마켓, 11번가, 옥션, 인터파크,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온라인몰에서 저렴한 가격을 보고 구매했다가 현장에서 설치비로 덤터기를 썼다는 불만글이 와글와글하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가 추가 설치비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부분이다.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에어컨 상품 대부분 기본 설치비가 포함돼 있고 추가 설치비에 대해서는 기준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는 데 맹점이 있다. 결국 현장에서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실외기 앵글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앵글 설치비를 책정하거나 아무런 설명 없이 일반배관이 아닌 특수배관을 사용해야 한다며 비용을 책정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배관 연장을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도 일부러 굴곡을 줘 추가비용을 청구한다는 불신의 목소리도 높다.

설치비는 수십만 원이지만 카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현금으로 결제해도 영수증 발행을 기대할 수 없다. 간혹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주는 업체는 10% 부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시켜 원성을 샀지만 관련한 내용은 판매 페이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과도한 설치비에 놀라 반송하려고 해도 반송료만 몇 만 원씩 하다 보니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온라인몰에서 에어컨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면서 설치비에 대한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만 현혹되지 말고 사전에 설치비 부분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꼭 필요한 설치 내용인데도 소비자가 이해하지 못해 오해를 낳는 경우도 많으므로 업체들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사전에 설치비 청구에 대한 상세한 내역을 안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