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에어컨 고장...제조사-설치업체 핑퐁

구매처에 따라 책임 소재 달라...소비자만 숨막혀

2016-08-11     조지윤 기자

5월부터 시작된 이른 더위에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어컨 관련 소비자 민원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올 여름은 실외기 고장 및 냉매 누수로 곤란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만 해도 지난 5월부터 8월10일까지 100여건에 이른다.

소비자들은 수차례 AS를 받아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냉매를 반복 주입하거나 비싼 값에 실외기를 재설치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지만 제조업체 측은 제품 불량이 아닌 주로 설치 및 관리상의 문제라는 입장이라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

경기도 양평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2013년 삼성전자 직영매장에서 에어컨을 구입했다. 이후 매년 발생하는 실외기 가스 누수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가스 누수를 원인으로 진단받아 수차례 삼성전자 AS를 받았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매년 더울 때마다 반복되는 AS에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김 씨는 실외기 자체 불량을 의심하고 있다.

김 씨는 “주변 다른 사람들은 3년간 AS 및 가스 충전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는데 왜 나만 매년 가장 더울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화가 난다”고 기막혀 했다.

2년 전 온라인몰을 통해 LG전자의 에어컨을 구매한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김 모(남)씨의 경우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구매 후 두 달 뒤부터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았고 김 씨는 구매처에 문의해 방문 서비스를 받았다.

기사 확인 결과 실외기에서 가스가 누출되고 있어 냉매가 없는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수리 후 한동안은 문제가 없었지만 한 달가량 지난 뒤 또 가스가 누출돼 냉매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지금껏 반복적으로 가스 충전을 하고 있다.

김 씨는 “2년간 여섯 번이나 같은 문제로 AS를 받았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그동안 기사가 세 번이 바뀌었고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 설치 주체에 따라 AS보장 범위 달라져...기술적 문제라 입증 어려워

별도의 설치작업이 필요한 에어컨이나 보일러 등의 제품은 어디에서 구매했는 지에 따라 AS 책임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백화점이나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등 제조사 직영로드샵에서 구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장 원인에 따라 AS책임이 제조사인지 설치업체인지 결정된다는 의미다.

앞서 첫번째 사례자의 경우 삼성전자 직영몰에서 구입한 에어컨이라 설치자 역시 삼성전자다. 따라서 설치상의 문제라 할지라도 제조사 측에 문제 해결 및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두번째 사례자의 경우 온라인몰을 통해 구매한 제품으로 설치기사는 외부 사설업체 소속이다. 따라서 고장의 원인이 품질 불량인지, 설치상의 문제인지에 따라 책임 주체도 달라진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에어컨은 품질보증기간이 2년이고, 사무실이나 가게 등의 천장에 설치하는 시스템에어컨은 냉난방 겸용이 많아 품질보증기간이 1년으로 짧다. 실외기 자체 불량으로 판정되면 무상보증기간 내 제조사의 무상수리를 받을 수 있지만 사설 설치업체 측의 부주의인 경우 설치업체가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사 내용을 알았다해도 제조사와 설치업체 간 서로 책임을 떠넘길 경우 방법을 찾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 LG전자, 캐리어, 대유위니아 등 제조업체들은 실외기의 경우 설치상의 문제가 대부분이고 사설 업체를 통해 설치한 경우 제조사의 무상수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사들은 실외기 가스 누수의 경우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주로 이전 설치 시 발생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사 시 사설업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잘못 설치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

반면 설치업체 측은 제품 자체 불량으로 설치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책임을 외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 소비자들은 "기술적인 문제라 직접 제품 하자를 입증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브랜드를 믿고 구입했는데 구매처에 따라 무상보증 여부가 달라지다니 저렴한 가격에 에어컨을 구매하려고 노력한 소비자만 바보가 되는 구조"라고 답답해 했다.

설치업체와 제조사간의 책임 공방 속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하자 여부를 판명해줄 전문기관 개설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지윤 기자]